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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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하루 순매수액이 100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코스피지수 단기 급등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매수 여력이 13조원 이상 남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원화 강세,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 등 우호적인 대외 환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 국면에 신흥국 주식에 대한 수요가 장기간 이어졌다는 점도 기대 요인이다.

이달 7조4000억원 순매수

27일 코스피지수는 0.29% 오른 2633.45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상승 강도가 약해졌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8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1조원 가까이 사들였던 주초와 비교해 매수 강도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는 평가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특별한 상승 요인이 없는 가운데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약해지고,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증시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아직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내년 1분기 말까지 증시 수급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달러 약세에 따른 신흥국 자금 유입 지속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불확실성 완화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 등이 근거다.
외국인 '남은 실탄 13조원'…"내년 1분기까지 쏜다"

회복기에 돌아오는 외국인

외국인이 경기 회복기에 돌아오는 경향이 컸다는 점도 핵심 배경이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이 코로나19 이후 순매도했던 금액만큼 순매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7조3669억원인데, 이만큼 다시 되사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는 글로벌 경기 흐름과 동행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과거 네 차례 위기에도 이런 현상이 관찰됐다. 2002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외국인은 그해 8월부터 2004년 9월까지 총 28조33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땐 그해 12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총 53조74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장기적인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890선부터 2200선까지 150% 가까이 상승했다.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에는 2012년 9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총 8조2400억원 규모를 사들였고, 글로벌 제조업 경기 침체 이후인 2016년 2월부터 2018년 1월까지는 22조85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강했던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모두 상승세를 기록했다. 노 연구원은 “미국 대선 이후 외국인이 7조원 규모를 샀기 때문에 13조원 추가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1분기까지 강한 매수세”

외국인 매수세는 경기가 완전한 회복 국면에 들어서는 내년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2분기부터 강도가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분기 초부터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정책이 나오는 등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신흥국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종목별로는 대형주가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이 개별 종목이 아니라 인덱스펀드를 통해 지수 전체를 사들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스피200 내에서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큰 종목이 주가 상승 여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종목군으로는 반도체, 소재, 정보기술(IT)이 꼽힌다.

이 중에서 1등주들은 전망이 더 밝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이 한국 시장에 투자할 때 1등주를 매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2차전지주가 그런 종목으로 거론된다. 내년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전망되는 자동차도 외국인 매수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예린/박의명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