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귀환'에 개미가 대응하는 방법
‘외국인 매수세, 블랙록을 주목하라.’

한국경제신문 유튜브 ‘돈도썰(돈 불리는 데 도움되는 썰)’ 인터뷰에 출연한 이효석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의 주장이다. 이 팀장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9년 블랙록이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를 선보이자 채권 매수자금이 몰리면서 채권값이 급등했다. 올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ETF를 내놔 투자자금을 끌어모았다. 이 팀장은 블랙록이 내년에 이머징마켓 펀드를 내놓을 거라며 신흥시장 국가 중 한국과 대만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했다.

내년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외국인 매수세는 이미 시동이 걸린 분위기다. 외국인은 지난 5일부터 2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3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5일 단 하루만 빼고 연일 순매수다.
'외국인 귀환'에 개미가 대응하는 방법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왜 살까. 한 펀드매니저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세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그래서 수출주도국과 원자재 국가들로 다시 돈이 몰리면서 달러 가치는 떨어지고 이머징국가 통화 가치는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귀환은 대형주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시가총액 비중대로 한국 주식을 사는 경향이 강해서다. 특히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실적 개선 기대로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외국인 덕분에 주가가 뛰는 게 반갑긴 하지만 국내 투자자 입장에선 생각이 많아지는 상황이다. 우선 실물경기가 안 좋은데 주가가 계속 오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떨쳐내기 어렵다. 코로나19 재확산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니 말이다. 외국인이 돌아왔다고 하지만 언제까지 살지 의구심도 생긴다.

이런 반응에 대해 “현재의 흐름을 방해할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경기가 안 좋은데 주가가 오를 수 있나”라는 질문은 무의미하다며 금융시장은 금융시장의 논리대로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자금이 수익을 좇아 흘러들어오고 있고 이런 흐름이 바뀔 조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굳이 위험 요인을 꼽자면 오버슈팅과 조 바이든의 미국 대통령 취임 정도라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오버슈팅은 어느 시점이 되면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 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의 오버슈팅 가능성이 있으며 다음달 좁은 범위의 숨고르기를 거쳐 연말연초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렇게 오버슈팅을 거론하면서도 “지난 40년 국내 증시 역사에서 반복된 패턴을 기초로 판단하면 장기적으로 강력한 상승장이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이 증시에 여러 호재를 제공하고 있지만 정작 바이든이 취임하면 증시에선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주가가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대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란다.

최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경기민감주의 고점이 연말연초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팀장은 “올해 4월 국제 유가가 배럴당 마이너스 40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에 내년 4월에 기저효과가 최대가 될 것”이라며 “시장이 이를 선반영할 걸 감안하면 경기민감주는 연말연초에 고점을 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버슈팅, 바이든 취임, 경기민감주 고점 등을 이용해 단기 수익을 노릴 만한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요인들이 저금리로 인한 글로벌 자금 흐름의 방향을 바꾸진 못할 거란 진단엔 공감이 간다. “개미(개인투자자)는 대세에, 흐름에 순응해야 할 때”라는 한 펀드매니저의 말에도 한 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