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해결하자는 의원들…보좌진에겐 "NO출산" [여의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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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내 여전한 '꼰대' 문화
"저출산 해결하자" "복지늘리자" 면서
정작 자신들은 '내로남불'
"저출산 해결하자" "복지늘리자" 면서
정작 자신들은 '내로남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둘러싼 여야갈등,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국정조사 여부 등으로 한창 정치권이 뜨거웠던 이날 또 하나의 작은 화제거리가 있었다. 국민의힘 초선인 윤주경 의원이 그의 보좌진들에게 연차를 적극적으로 쓰게 했다는 소식이 국회 인사들에게 회자된 것. 연말까지 10일동안의 연차를 반강제적으로 사용하게 했다는 것이다.
추가로 휴가를 준것도 아니고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를 쓰게했다는 소식이 메신저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갈 만큼 화제가 된건 국회 보좌진에게 연차를 쓴다는 것 자체가 거의 꿈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연차를 사용하게 한 이유를 묻자 "이제는 국회 문화도 좀 바뀌어야할 때"라고 말했다. '바뀌어야한다'고 한 윤 의원의 말대로 국회내 '휴가' 현황은 처참했다. 국회에서 만난 거의 모든 보좌진들은 "무슨일이 있더라도 연차를 하루내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진은 "지난 7년간 여름휴가 2~3일을 간 것을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연차를 사용해 본적이 없다"며 "여름휴가 조차 못가 1년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한 해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의 보좌진은 "의원이 휴가를 가서 의원실을 비우는 날만이 곧 우리가 쉴 수 있는 날"이라면서 "그것 마저 다른 일정이 있어 휴가를 못쓰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공익을 위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만큼 쉬지 못하는 것에 큰 불만은 없지만 지치는 건 사실"이라고도 했다.
'의원이 퇴근하지 않으면 직원도 퇴근하지 못한다'는 문화도 여전했다. 일이 다 끝나더라도 의원이 퇴근할때까지 모든 보좌진은 사무실에서 '무한대기'다. 한 보좌진은 "의원이 저녁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와 음악을 듣고 있는 날이 많아 그때마다 퇴근을 못했다는 사례도 있었다"면서 "저 역시 일을 다 마치고 할게 없어도 그냥 기다리는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보좌진들이 겪는 일상에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여성 보좌진들의 출산 문제였다.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없이 한목소리로 '저출산 해결'을 강조하지만 정작 자신의 부하직원들에게는 냉혹했다. 여성 보좌진은 임신하는 순간 일을 그만둬야하는 처지에 몰리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법을 만들어 선도하고 사회를 규정하는 국회에서 이런 일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이름과 소속을 알리지 말라고 부탁한 한 보좌진은 "임신 극초반은 몰라도 시간이 지날 수록 자연스레 나가라는 압박을 받는 분위기"라며 "직접적으로 자리를 비워달라는 말을 들는 여성 보좌진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의원들 밑에서 일하는 보좌진들조차 같은 처지인 것을 보고 시스템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바뀌지 않겠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여성 보좌진들은 경력단절의 문제 역시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보좌진 채용은 국회의원이 직접 선발하는 시스템인데, 임신으로 2~3년 자리를 비우는 경우 일터로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흔히 볼수 있는 전형적인 경력단절의 모습을 국회가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취재하며 만난 보좌진들은 한 목소리로 "저출산 문제를 강조하는 국회가 오히려 국회 직원들에게는 출산하지 말라고 하는 상황 자체가 모순"이라고 했다. '국회의 문화나 시스템 모두 바뀌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법을 바꾸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진 이들에게조차 "솔직히 바뀔지 모르겠다"는 회의적 대답이 돌아왔다.
얼마전 한 의원과 기자의 점심시간. 이 의원은 "요즘 세대는 왜 아이를 안낳는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했다. 질문의 해답을 가까운데 있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추가로 휴가를 준것도 아니고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를 쓰게했다는 소식이 메신저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갈 만큼 화제가 된건 국회 보좌진에게 연차를 쓴다는 것 자체가 거의 꿈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연차를 사용하게 한 이유를 묻자 "이제는 국회 문화도 좀 바뀌어야할 때"라고 말했다. '바뀌어야한다'고 한 윤 의원의 말대로 국회내 '휴가' 현황은 처참했다. 국회에서 만난 거의 모든 보좌진들은 "무슨일이 있더라도 연차를 하루내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1년에 연차 하루조차 쓰기 힘들어"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진은 "지난 7년간 여름휴가 2~3일을 간 것을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연차를 사용해 본적이 없다"며 "여름휴가 조차 못가 1년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한 해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의 보좌진은 "의원이 휴가를 가서 의원실을 비우는 날만이 곧 우리가 쉴 수 있는 날"이라면서 "그것 마저 다른 일정이 있어 휴가를 못쓰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공익을 위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만큼 쉬지 못하는 것에 큰 불만은 없지만 지치는 건 사실"이라고도 했다.
'의원이 퇴근하지 않으면 직원도 퇴근하지 못한다'는 문화도 여전했다. 일이 다 끝나더라도 의원이 퇴근할때까지 모든 보좌진은 사무실에서 '무한대기'다. 한 보좌진은 "의원이 저녁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와 음악을 듣고 있는 날이 많아 그때마다 퇴근을 못했다는 사례도 있었다"면서 "저 역시 일을 다 마치고 할게 없어도 그냥 기다리는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국회는 '결혼·출산'의 무덤
보좌진들이 겪는 일상에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여성 보좌진들의 출산 문제였다.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없이 한목소리로 '저출산 해결'을 강조하지만 정작 자신의 부하직원들에게는 냉혹했다. 여성 보좌진은 임신하는 순간 일을 그만둬야하는 처지에 몰리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법을 만들어 선도하고 사회를 규정하는 국회에서 이런 일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이름과 소속을 알리지 말라고 부탁한 한 보좌진은 "임신 극초반은 몰라도 시간이 지날 수록 자연스레 나가라는 압박을 받는 분위기"라며 "직접적으로 자리를 비워달라는 말을 들는 여성 보좌진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의원들 밑에서 일하는 보좌진들조차 같은 처지인 것을 보고 시스템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바뀌지 않겠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여성 보좌진들은 경력단절의 문제 역시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보좌진 채용은 국회의원이 직접 선발하는 시스템인데, 임신으로 2~3년 자리를 비우는 경우 일터로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흔히 볼수 있는 전형적인 경력단절의 모습을 국회가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취재하며 만난 보좌진들은 한 목소리로 "저출산 문제를 강조하는 국회가 오히려 국회 직원들에게는 출산하지 말라고 하는 상황 자체가 모순"이라고 했다. '국회의 문화나 시스템 모두 바뀌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법을 바꾸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진 이들에게조차 "솔직히 바뀔지 모르겠다"는 회의적 대답이 돌아왔다.
얼마전 한 의원과 기자의 점심시간. 이 의원은 "요즘 세대는 왜 아이를 안낳는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했다. 질문의 해답을 가까운데 있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