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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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시키고 징계를 청구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총장은 바로 다음 날인 25일 밤 '추미애 장관의 직무집행 정지 처분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냈습니다. 26일엔 본안소송도 접수했습니다. 집행정지 신청은 처분의 효력을 '일시정지' 해달라는 사건입니다. 본안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처분을 잠시 멈춰달라는 뜻입니다.

본격적인 싸움은 본안소송에서 다뤄집니다. '내가 업무에서 배제돼야 할 이유가 없으니 법정에서 제대로 다퉈보자'는 취지입니다.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총장이 언론사 사주와 부적절하게 만났고 판사들을 불법사찰했으며 '채널A 사건'등의 감찰을 방해했고 그 감찰 정보를 외부에 유출했으며 검찰총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고 감찰대상자로서 협조하지 않은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며 윤 총장을 업무에서 뺐습니다.
그동안 법무부는 검찰총장에 대한 여러 비위 혐의에 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검찰총장의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습니다. (혐의 열거) 이에 검찰사무에 관한 최고감독자인 법무부장관으로서 검찰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판단해 금일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의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했습니다.

-지난 11월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 브리핑

다시 말하지만 윤 총장을 업무에서 뺀 이유는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기 때문' 이라고 추 장관은 말했습니다. 법무부 차원에서 혐의를 파악했기 때문에 징계절차에 앞서 우선 직무에서 배제시켰다는 뜻입니다.

그럼 앞으로 이어질 재판의 쟁점은 무엇일까요? 윤 총장 측이 언론사 사주와 얼마나 많이 만났는지, 판사 사찰내용이 얼마나 심각한지, '채널A 사건' 등의 감찰을 얼마나 방해했는지, 혹은 정치적 중립성을 얼마나 지키지 못했을지일까요?

물론 혐의 내용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판사들은 윤 총장의 운명을 가를 재판이 형사재판이 아닌 '행정재판' 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형사재판은 범죄행위를 처벌하는 재판입니다. 피고인이 받는 혐의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또 사실로 인정된 혐의는 얼마나 중한지가 핵심입니다. 예컨대 A씨가 회사에서 다른 직원을 몰래 촬영하다 걸려 해고됐다고 합시다. 이럴 경우 A씨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으로 형사재판에 넘겨져 누구의 신체를 얼마나, 어떻게, 왜 찍었으며 혹시 이를 영리적 목적으로 찍은 것은 아닌지 등을 검사와 다투게 됩니다. 인정된 혐의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형량을 선고받게 되겠죠.

행정재판은 약간 결이 다릅니다. 똑같은 상황이라고 가정했을 때 행정재판은 촬영이 아닌 '해고'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행정재판은 공권력의 행사로 불이익을 받은 국민이 그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내는 소송입니다. A씨는 중앙노동위원회 등에 '부당하게 해고당했다'며 1차적으로 심판을 구할 것이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법원에 부당해고 구제 소송을 내게 되겠죠. 쉽게 말해 회사가 A씨를 해고할 때 적법한 절차를 거쳐 해고했느냐가 행정소송의 핵심 쟁점입니다.

다시 윤석열 총장 사건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윤 총장 소송은 형사소송이 아니라 행정소송입니다. 자신을 업무에서 배제시킨 법무부 장관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입니다. 즉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시킨 것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느냐가 이 사건의 핵심입니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은 징계절차가 이뤄지기 전에 선행적으로 직무배제가 먼저 이뤄졌기 때문에 앞선 징계 '조사' 절차가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재판에서 다퉈질 핵심 쟁점은 혐의가 무겁고 가볍고가 아니라 그 혐의를 밝혀내기까지 법무부가 조사를 얼마나 충실히 했는지, 혹시 졸속으로 처리하진 않았는지 여부라는 겁니다.

서울행정법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아직까지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말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대검 감찰부가 뒤늦게 직원들의 컴퓨터를 확보하고 있다는 기사가 있던데 이런 정황들을 봤을때 조사 절차에 구멍이 있었던 걸로 보이긴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참고할만한 최근 판례가 하나 있습니다. 한 줄로 요약하면 '행정고시 합격생이 다른 교육생의 레깅스 입은 모습을 촬영해 인재개발원에서 퇴학당할 뻔 했다가 구사일생된 사건' 정도 됩니다.

1·2심은 동일하게 '퇴학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인재개발원이 A씨에게 퇴학 처분을 내리는 과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퇴학을 내리기까지 이런저런 사안을 조사했던 그 절차 자체를 문제삼은 겁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재개발원)는 '퇴학'이라는 무거운 처분을 검토하고 있었고 공정성을 지키면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조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디지털 포렌식 등 추가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일사천리로 절차를 마무리한 것은 원고의 방어권 행사 기회를 실질적으로 제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윤 총장 사건 징계절차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심의위원회는 다음 달 2일 열립니다. 그럼 윤 총장 사건에서도 쟁점은 마찬가지입니다. 법무부가 징계에 앞서 조사 절차를 충실히 이행했냐는 겁니다.

재판부의 설명을 인용하자면 피고(법무부 장관)가 '직무배제' 등의 무거운 처분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공정성을 지키면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조사했느냐 여부일 겁니다.

실제로 윤 총장 측은 "검찰총장 직무 수행 과정에서 해임을 목적으로 한 징계 청구여서 중대한 사건인데, 징계 청구 이전에 징계 혐의에 대해서 알려지지 않았고 징계 조사가 됐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징계기록 열람 등사를 신청해놓은 상태입니다.

윤 총장의 운명을 가를 재판은 오는 30일 서울행정법원 제4부가 심리하게 됩니다. 본안에 앞선 집행정지 사건으로 만일 법원이 윤 총장 손을 들어준다면 윤 총장은 본안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업무에 복귀할 수 있게 됩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