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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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달러화의 가치가 3주 만에 20% 이상 급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화사용을 금지해서다.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물가를 안정시키고 내수를 일으키기 위해 원화 절상 정책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일본의 북한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달러 대비 북한 원화 환율은 지난달 23일 달러당 8170원에서, 이달 12일 6500원으로 20.4% 내렸다. 위안화 대비 북한 원화 환율도 같은 기간 위안당 1225원에서 890원으로 27.3% 하락했다. 원화 환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원화의 가치가 올랐다는 뜻이다. 반대로 달러화와 위안화의 가치는 하락했다는 의미다.

북한 원화 가치가 단기간에 오른 배경에는 북한 당국의 외화 사용금지 조처가 있다.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지난달 29일 최근 평양 소매점에서 달러화나 나래카드(전자 외화 선불카드)를 받지 않고 대금을 원화로 요구한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했다. 평양 외국인 전용 상점과 대동강 외교관클럽에서조차 달러와 나래카드를 받지 않고, 환전소를 따로 설치해 외국인도 원화만 쓰도록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국가정보원 보고 내용을 바탕으로 "북한 돈 가치가 오른 이유는 최근 몇 달 동안 북한당국의 달러 사용 금지 조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이 달러를 못 쓰게 막은 것은 경제를 살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 대북제재 장기화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코로나19로 대외 무역이 막힌 상황에서 북한 내에서도 달러를 쓸 수 없게 해 주민들이 서둘러 달러를 원화로 바꿔 소비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물가 안정을 위해 원화 절상을 단행했다는 관측도 있다. 통상 화폐가치가 오르면 물가 수준은 떨어진다. 국정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중국에서의 물자 반입이 크게 줄면서 설탕과 조미료 등 식료품값이 치솟았다.

문제는 환율 변동폭이 커지면서 벌어진 시장의 혼란이다. 외화 금지령으로 달러가 폭락하자 달러를 보유한 주민들의 불만이 컸을 수 있다. 이에 북한은 당국에 돌아올 비난의 화살을 피하고자 평양의 거물급 환전상을 희생양으로 삼아 처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송렬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