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 '희망 22'을 개소하고 간담회를 연 유승민 전 의원. / 사진=뉴스1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 '희망 22'을 개소하고 간담회를 연 유승민 전 의원. / 사진=뉴스1
정치권의 대표적 ‘경제통’으로 꼽히는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사진)이 문재인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규모가 위험 수위에 달했다고 비판했다. ‘선거용 선심쓰기’ 대규모 예타 면제로 국가재정 건전성이 크게 악화했다는 이유에서다.

유승민 전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에 ‘예타 면제는 청년들의 빚이다’ 제목 글을 올려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까지 예타에서 면제하는 특별법을 처리하겠다고 한다”고 짚은 뒤 “문재인 정권의 예타 면제는 벌써 88조1000억원으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예타 면제를 모두 합친 83조9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지적했다. “가덕도 신공항 등 예상되는 예타 면제까지 합치면 100조원보다 훨씬 큰 액수가 될 전망”이라고도 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26일 국회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제출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26일 국회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제출하고 있다. / 사진=뉴스1
1998년 예타 도입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국내 최초로 예타를 해봤다고 언급한 유승민 전 의원은 “예타는 소중한 세금을 아껴서 꼭 필요한 곳에 쓰기 위해 사전에 국책사업 타당성을 과학적으로 따져보는 제도다. 지난 22년 동안 국가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 때 여당(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지만, 나는 4대강 사업의 예타 면제를 두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력 비판했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도 예타 면제를 얼마나 혹독하게 비판했는지 똑똑히 기억한다”면서 “그런데 집권 후 문재인 정권은 야당 시절 그렇게 비판하던 예타 면제를 식은 죽 먹듯이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대형 국책사업을 예타도 없이 밀어붙이면 그 결과는 모두 미래세대의 빚”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국가채무와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이 미래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줄 텐데 예타 면제로 청년의 빚은 늘어만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의 대규모 예타 면제에 대한 비판은 앞서 정의당에서도 나왔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7일 민주당을 겨냥해 “문재인 정부 들어 예타 면제 사업 규모만 88조원이 넘는다.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 예타 면제를 비난하며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하지 않겠다던 그 민주당과 여전히 같은 정당이냐”고 따져 물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