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홍콩 증시로 유입된 중국 본토 자금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지난해의 두 배를 넘어섰다. 중국 투자자의 관심이 본토 증시의 금융·건설업 등 전통산업에서 홍콩의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증시로 몰리는 '인민개미'…올해 138조원 매입 역대 최대
29일 증권정보업체 둥팡차이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7일까지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후강퉁과 선강퉁을 통해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을 8257억위안(약 138조원)어치 사들였다. 이는 지난해 3862억위안의 두 배를 넘는 것이다. 지금까지 최대는 2017년의 4458억위안이었다.

후강퉁(상하이와 홍콩 증시 교차매매)과 선강퉁(선전과 홍콩 증시 교차매매)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이를 통해 중국 본토 투자자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홍콩을 포함한 글로벌 투자자는 상하이와 선전 증시 종목을 매매할 수 있다.

중국 투자자들은 최근 홍콩 증시에서 텐센트와 메이퇀뎬핑, 징둥닷컴, 샤오미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주식을 대거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하루에만 14억원 규모의 텐센트 주식을 순매수했다. 투자은행 JP모간은 “코로나19 여파로 빅테크 기업들의 ‘승자 독식’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본토 투자자들도 홍콩 증시에 상장된 플랫폼 기업들을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1년간 홍콩 증시 시가총액 2위인 텐센트의 주가는 72.4% 뛰었다. 음식배달업체 메이퇀은 192% 급등했다. 반면 시가총액 3위인 공상은행의 주가는 15.1% 빠졌다. 4위 핑안보험도 상승률이 1.4%에 그쳤다. 이 같은 주가 차별화엔 중국 본토 자금이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다.

홍콩거래소의 50개 우량 종목으로 구성된 항셍지수 종목도 빅테크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1년6개월 만에 이뤄진 지난 9월 종목 변경에서 알리바바와 샤오미, 우시바이오가 새로 추가되고 신화그룹(부동산개발), 왕왕(음식료), 선화(에너지)가 퇴출됐다. 다음달 7일 이뤄질 종목 변경에선 메이퇀, 안타스포츠, 버드와이저가 추가되고 원양어업 기업인 스와이어가 빠지면서 지수 구성 종목이 52개로 늘어난다.

올해 글로벌 증시에서 홍콩만 소외됐다는 평가도 중국 본토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