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시대' 성큼성큼…발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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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사용·폐기물 줄이고 친환경제품 개발
환경 고려한 지속성장…'그린뉴딜' 앞장
환경 고려한 지속성장…'그린뉴딜' 앞장
한국 기업에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2050년까지 배출하는 탄소량과 흡수하는 탄소량을 동일하게 맞춰야 한다. 국제사회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중국 일본 등에 이어 한국도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기업들은 배출하는 탄소의 양을 줄이거나 흡수하는 탄소량을 늘려야 한다.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 제조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온실가스를 다섯 번째로 많이 배출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총 800조~1000조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단순히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소비자에게 또는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라도 탄소중립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개별 기업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그 기업의 평판을 좌우하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잣대가 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물 사용량을 줄이고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영국 정부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만든 인증 기관인 카본 트러스트로부터 ‘물발자국’ 인증을 받았다. 지난 3년간 용수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용수 관리를 적절하게 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은 지난해 4911만t의 물을 썼는데, 이는 2017~2018년 평균 사용량(5015만t) 대비 104만t 줄었다. 20만 명이 한 달간 쓸 수 있는 양이다.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인정받고 있다. 삼성전자 국내외 모든 반도체 사업장은 환경안전 국제 공인기구인 UL로부터 ‘폐기물 매립 제로’ 사업장으로 인정받았다.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은 폐기물을 다시 자원으로 활용하는 비율에 따라 △플래티넘(100%) △골드(99~95%) △실버(94~90%) 등으로 나뉘는데, 삼성전자 8개 사업장은 모두 골드 등급을 받았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친환경자동차 라인업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 11개 전기차 전용 모델을 포함해 44개 친환경차 모델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2025년까지 세계 2위 전기차 제조사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도 공개했다. 내년엔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를 출시해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에 뛰어든다.
현대·기아차는 차량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국내 자동차업계 최초로 열병합 발전 시스템을 도입해 기존 디젤 비상 발전기를 대체했다. 아산공장은 2013년부터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연간 1만3000㎿h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글로벌 환경경영 인증기관인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가 시행한 지난해 평가에서 국내 기업 상위 5위사에 수여되는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에 선정됐다. SK그룹은 한국 기업 최초로 2050년까지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겠다고 약속했다. SK(주),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브로드밴드,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그룹 내 8개 회사는 이런 약속을 한 기업의 모임인 ‘RE100’에 가입하겠다고 밝혔다. RE100 프로젝트는 영국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이 2014년 시작했다. 구글 애플 GM 이케아 등 263개 글로벌 기업이 가입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이와 별개로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하고 있다. SK E&S는 새만금 간척지에 서울 여의도 크기(264만㎡)의 태양광발전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자로 선정됐고, SK케미칼은 글로벌 친환경 소재 생산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다. SK건설은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경기 화성과 파주에 준공했다. LG그룹 계열사들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제품과 기술을 내놓고 있다. LG전자는 에너지 효율을 높인 가전제품을 잇따라 개발하고 있다. 핵심 부품에 인버터 기술을 적용해 친환경·고효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버터는 모터와 컴프레셔의 운동 속도를 조절해주는 기술인데, 필요한 만큼만 제품을 작동시켜 에너지를 아낀다. 청소기인 코드제로 A9S,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냉장고 등에 적용됐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제너럴모터스(GM), 아우디, 폭스바겐, 르노 등이 LG화학 배터리를 쓰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에 대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ESS는 전력을 미리 저장해두고 필요한 만큼 송전하는 장치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기업들은 배출하는 탄소의 양을 줄이거나 흡수하는 탄소량을 늘려야 한다.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 제조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온실가스를 다섯 번째로 많이 배출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총 800조~1000조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단순히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소비자에게 또는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라도 탄소중립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개별 기업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그 기업의 평판을 좌우하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잣대가 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물 사용량을 줄이고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영국 정부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만든 인증 기관인 카본 트러스트로부터 ‘물발자국’ 인증을 받았다. 지난 3년간 용수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용수 관리를 적절하게 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은 지난해 4911만t의 물을 썼는데, 이는 2017~2018년 평균 사용량(5015만t) 대비 104만t 줄었다. 20만 명이 한 달간 쓸 수 있는 양이다.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인정받고 있다. 삼성전자 국내외 모든 반도체 사업장은 환경안전 국제 공인기구인 UL로부터 ‘폐기물 매립 제로’ 사업장으로 인정받았다.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은 폐기물을 다시 자원으로 활용하는 비율에 따라 △플래티넘(100%) △골드(99~95%) △실버(94~90%) 등으로 나뉘는데, 삼성전자 8개 사업장은 모두 골드 등급을 받았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친환경자동차 라인업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 11개 전기차 전용 모델을 포함해 44개 친환경차 모델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2025년까지 세계 2위 전기차 제조사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도 공개했다. 내년엔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를 출시해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에 뛰어든다.
현대·기아차는 차량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국내 자동차업계 최초로 열병합 발전 시스템을 도입해 기존 디젤 비상 발전기를 대체했다. 아산공장은 2013년부터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연간 1만3000㎿h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글로벌 환경경영 인증기관인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가 시행한 지난해 평가에서 국내 기업 상위 5위사에 수여되는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에 선정됐다. SK그룹은 한국 기업 최초로 2050년까지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겠다고 약속했다. SK(주),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브로드밴드,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그룹 내 8개 회사는 이런 약속을 한 기업의 모임인 ‘RE100’에 가입하겠다고 밝혔다. RE100 프로젝트는 영국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이 2014년 시작했다. 구글 애플 GM 이케아 등 263개 글로벌 기업이 가입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이와 별개로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하고 있다. SK E&S는 새만금 간척지에 서울 여의도 크기(264만㎡)의 태양광발전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자로 선정됐고, SK케미칼은 글로벌 친환경 소재 생산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다. SK건설은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경기 화성과 파주에 준공했다. LG그룹 계열사들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제품과 기술을 내놓고 있다. LG전자는 에너지 효율을 높인 가전제품을 잇따라 개발하고 있다. 핵심 부품에 인버터 기술을 적용해 친환경·고효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버터는 모터와 컴프레셔의 운동 속도를 조절해주는 기술인데, 필요한 만큼만 제품을 작동시켜 에너지를 아낀다. 청소기인 코드제로 A9S,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냉장고 등에 적용됐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제너럴모터스(GM), 아우디, 폭스바겐, 르노 등이 LG화학 배터리를 쓰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에 대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ESS는 전력을 미리 저장해두고 필요한 만큼 송전하는 장치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