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첨예한 대립 속에 성사된 직무배제 효력 집행정지 재판이 한 시간여 만에 끝났다. 양측은 이날 법정에서 총장 직무 정지의 적법성과 효력 정지의 필요성을 두고 공방전을 벌였다.

윤석열 총장 측은 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하고 부당한 징계 청구가 진행됐으며, 직무 배제 사안이 검찰의 중립성 문제와 직결된 만큼 회복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추미애 장관 측은 윤석열 총장의 비위가 중대한 만큼 직무 정지가 불가피했으며, 이로 인해 윤석열 총장이 입을 구체적인 손해가 없기에 윤석열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돼야 한다고 맞섰다.

尹 "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침해…효력 중지해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12시10분께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신청한 집행정지의 심문을 마쳤다. 심문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시작됐다. 집행정지 심문에는 당사자가 직접 출석할 의무가 없기에 이날 법정에는 윤석열 총장과 추미애 장관이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윤석열 총장 측은 직무 정지 처분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한다며 당장 효력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문이 끝난 뒤 윤석열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은 윤 총장 개인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과 관련한 국가시스템에 대한 문제"라며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는 점을 고려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완규 변호사는 "검찰총장의 직무수행은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이다. 검찰총장의 직무수행을 하루라도 공백 상태에 두는 것은 윤 총장 개인적인 측면도 있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검찰 운영과 관련된 시스템 문제도 있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 관련한 본질적 손해를 고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감찰 조사부터 징계 청구, 직무 정지 처분까지 적법 절차가 무시되고 권한자를 패싱하고 몰래 하는 등 편법이 자행됐다"며 절차적 위법성도 꼬집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과 언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과 언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과 관련해서는 "재판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판사들의 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은 소송 수행 업무의 일환"이라며 "공판 활동이 활발한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재판부의 세평이라든가 경력 등을 책자로 발간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완규 변호사는 "강조하고 싶은 것은 보고서(사찰 문건)가 일회성이라는 것이다. 판사 감시 목적으로 자료를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법관 인사철에 맞춰 업무 참고용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폐기되는 문서라는 것"이라며 "이런 문서를 사찰이라고 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완규 변호사는 "이번 일은 총장 1명을 직무 정지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강자를 상대로 수사하는 검사들의 직무도 정지하는 것이다. 총장도 해임된다는 신호가 전달돼 더이상 수사는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해질 것"이라며 "정권 비리에 맞서 수사하는 총장에게 누명을 씌워 쫓아내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살아있다고 할 수 없다. (재판부에) 역사적으로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秋 "윤석열 손해 없어…기각 결정 내려야"

이에 추미애 장관 측은 "윤 총장에겐 직무집행 정지에 따른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없다"며 기각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추미애 장관 측 이옥형 변호사는 "이 사건은 집행정지 사건이므로 집행정지의 필요성이 심판 대상"이라며 "그런데 윤 총장 측은 필요성에 대한 말은 아주 적게 하고, 직무집행정지 명령이 위법하다는 얘기만 주로 했는데 법원의 심판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총장 측은 회복할 수 없는 손해와 관련해 검찰총장의 명예, 법치주의, 검찰의 중립 등 거대담론을 말하는데 집행정지 사건에서 손해라는 건 추상적 손해가 아닌 개인의 구체적 손해"라며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없다. 급여는 정상적으로 지급되고 직무권한만 배제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옥형 변호사는 "긴급한 필요성에 관해서도 다음 달 2일이면 새로운 처분이 있어 직무집행 정지 명령이 실효되는데 지금 시급하게 정지할 필요성도 없다"며 "수사의뢰된 윤 총장이 다시 직무에 복귀하면 얼마든지 (본인과 관련한) 수사를 왜곡할 수 있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스1
재판부 사찰 의혹에 대해서는 "검사 직무에 법관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직무권한은 없다"며 "누군가의 개인 정보를 취득하려면 법령상 근거가 명백해야 하는데, 검사에게는 그런 근거가 없다. 그래서 정보의 수집이나 보관, 가공은 불법행위"라고 피력했다.

이옥형 변호사는 이번 의혹을 전형적 사찰로 규정하며 "법관의 성향을 기재한 것은 목적도 정당하지 않고, 그 수단도 적절하지 않았다. 법관의 성향을 기재하는 것이 어떻게 목적이 정당하겠냐"며 "수단도 내용도 적절하지 않았고 내용도 매우 부적절하다. 심지어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것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옥형 변호사는 "결국 문건 작성의 최종 책임자는 윤 총장으로 보인다. 사찰 문건을 언제 보고받았고 최초 작성이 언제인지, 종전에도 작성한 적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며 "윤 총장은 징계 대상자이고 수사 의뢰된 상태라 (직무 배제하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사를 본인에게 유리하게 할 것이다. 다시 직무에 복귀하면 얼마든 수사를 왜곡할 수 있어서 직무배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尹, 오늘 첫 관문 무사히 통과할까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1심 본안 판결까지 직무집행정지 처분효력은 정지되고, 윤석열 총장은 곧바로 직무에 복귀한다. 다만 직무정지는 징계 청구에 수반된 임시 조치다. 직무정지 집행 중단이 되더라도 징계가 내려지기 전까지 며칠만 효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틀 뒤 열리는 징계위에서 정직이나 면직·해임 등 중징계를 내리면 윤석열 총장은 다시 총장직을 잃고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만약 오늘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할 경우 윤석열 총장의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남은 임기 직무수행을 이어갈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중징계 여부 결정에서 윤석열 총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이날 직무배제에 대한 집행정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다음 달 2일 징계위원회 전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집행정지 사건의 특성상 결론이 빠르게 나오는 데다, 징계위에서 징계 수위가 결정된다면 사실상 집행정지 결정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집회·시위와 관련한 집행정지 사건을 보면 심문기일 후 1~2일 안에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번에도 심문 당일이나 다음날 결과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재판부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을 오래 들고 있을수록 부담이 크다. 징계위원회 때까지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법원이 중요 사건에 관해 판단을 피했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도 남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집행정지 사건이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 간 공방의 전초전 격이라 본안 소송만큼 깊이 있는 심리가 이뤄지다 보면 결론이 늦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양측의 답변·해명이 불충분할 경우 법원이 석명을 요구할 수도 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