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전문 투자 벤처캐피털(VC) 데일리파트너스의 이승호 대표가 항체개발 전문기업 와이바이오로직스를 찾았다. 기술특례를 통해 내년 중 코스닥시장 입성을 계획 중인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어떤 기술적 장점을 갖고 있을까. 바이오기업 투자 전문가인 이 대표와 와이바이오로직스의 박영우 대표가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사진=이우상 기자
사진=이우상 기자
지난 11월 18일 오전 10시. 대전 유성구 소재 와이바이오로직스 본사에서 만난 이승호 대표와 박영우 대표는 오랜 친구처럼, 혹은 사제지간처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두 사람의 인연은 꽤나 오래전에 시작된 듯했다. 박 대표가 와이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기도 전, 그러니까 LG생명과학(현 LG화학)에서 근무하던 시절까지 얘기가 거침없이 거슬러 올라갔다.

박 대표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으로 강창율 서울대 약대 교수(현 셀리드 대표)와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당시 이 대표는 강 교수의 연구실에서 석·박사 학위를 하고 있었다. 강 교수를 사이에 두고 그 스승의 제자와 스승의 연구 파트너로 처음 만나게 된 셈이다.

둘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대표는 데일리파트너스를 설립하기 전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던 중 2012년 비상장기업 탐방을 위해 대전을 찾았다. 당시 탐방한 기업 중 한 곳이 바로 와이바이오로직스였다. 박 대표가 LG생명과학을 나와 2007년 와이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6년째 되던 해였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거의 1년 만에 다시 만나 이 대표와 박 대표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 / 사진=이우상 기자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 / 사진=이우상 기자
이승호 대표(이하 이) : 대표님, 제가 처음 와이바이오로직스에 왔을 때가 기억나십니까?

박영우 대표(이하 박) : 그럼요. 2012년이었으니까 벌써 8년 전이네요.

이) 지금처럼 VC 소속이 아니라 애널리스트를 하던 시절이었는데, 그때부터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참 투자하고 싶었던 기업이었습니다. 당시 소개했던 이중표적항체 플랫폼 기술이 꽤나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듬해인 2015년이 되자 본격적인 면역항암제의 시대가 열린 거예요. 와이바이오로직스의 항체 기술이 빛을 볼 때가 온 거죠.

박) 2015년에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처방을 받고 완치된 게 결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이) 네. 면역항암제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와이바이오로직스에 계속 투자하고 싶었는데 2018년에야 그 기회를 주셨네요.
(데일리파트너스는 와이바이오로직스의 시리즈C 투자에 참여했다.)

박) (웃음)

이) 그만큼 이중표적항체 플랫폼 ‘앨리스’의 잠재성을 높게 평가했으니까요. 얘기가 나온 김에 와이바이오로직스의 앨리스 플랫폼이 그 동안 또 어떻게 발전했는지 설명을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이중표적항체 플랫폼 ‘앨리스’

박) 여기 기자님도 있고, 또 우리 대화 내용을 글로 읽으실 독자님들도 계시니(웃음) 앨리스에 대해 먼저 설명을 할게요. 앨리스(ALiCE; Antiboy Like Cell Engager)는 T세포 이중항체 플랫폼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앨리스 플랫폼으로 만든 이중표적항체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암세포와 T세포가 붙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앨리스가 T세포와 암세포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거죠. 그래서 ‘T세포 인게이저(engager)’라고도 합니다.

T세포는 최근 항암 치료에서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환자가 본래 보유한 면역능력을 이용해 암을 치료한다는 개념이 바로 면역치료잖아요. T세포는 인간을 포함한 고등동물이 가진 가장 강력한 면역세포 중 하나고요.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CAR-T 등 T세포를 투입하는 방식도 항암 치료에 있어서 잠재력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단점도 있습니다.

이) 비용이죠?

박) 예, 맞습니다. 외부에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T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하는 건 어려울뿐더러 많은 비용이 들죠. 반면 항체는 T세포에 비해 생산하기가 상대적으로 훨씬 쉽습니다. 결국 T세포 인게이저는 외부에서 T세포를 조달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대신 환자에게 원래 있던 T세포가 좀 더 암세포를 잘 공격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고유 특허 등록도 마쳤습니다. T세포 인게이저를 연구하는 곳은 국내에선 와이바이오로직스 뿐이죠.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 / 이우상 기자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 / 이우상 기자
이) 기존 해외 업체들이 개발 중인 T세포 인게이저와의 차별점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죠.

박) 기존 T세포 인게이저는 암세포와 T세포에 1대 1로 결합을 했어요. 그런데 이게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정맥주사를 통해 투여하게 되면 혈류를 따라 이동해 암세포와 결합하기 전에 T세포에 먼저 결합하고 T세포를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활성화시키는 부작용이었죠. 자가면역질환처럼 T세포가 스스로를 공격하게 된 거죠.

그래서 저흰 우선 T세포 인게이저가 암세포에 붙기 전엔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최소화시킬 수 있도록 항체플랫폼의 구조를 조절했습니다. T세포보다 암세포에 더 잘 달라붙을 수 있도록 했죠. 덕분에 부작용은 줄이면서도 암세포를 타깃팅하는 효율을 높이고 주위의 T세포를 잘 활성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빅파마와의 기술 격차는 어떻습니까.

박) 먼저 치고 나갔던 빅파마들이 앞서 말씀드린 부작용 때문에 기존 방식을 접고 저희와 같은 방식으로 다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T세포 인게이저라는 개념 자체가 나온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아직 큰 격차는 없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빅파마와 와이바이오로직스의 기술적 차이점을 말씀드리면 빅파마 것에 비해 저희 것이 반감기가 좀 짧습니다. 약효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 건 단점으로 볼 수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위험성이 적고 컨트롤하기 쉽기 때문에 오히려 장점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반감기가) 짧다고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다른 T세포 인게이저 플랫폼인 바이트(BiTE; Bi-specific T-cell engager)보다 5~6배는 더 깁니다. 바이트는 반감기가 너무 짧아서 환자가 링겔처럼 장시간 꼽고 있어야 제대로 약효가 나오는 수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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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플랫폼 기반 신약 LO 가시화

이) 앨리스 플랫폼의 사업화는 어느 정도 진행 중에 있습니까?

박) 앨리스 플랫폼으로 개발된 PD-L1 및 CD3 타깃 면역항암제 ‘YBL-013’은 지금 CMC단계에 있습니다. 생산과정을 최적화하는 중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은데요, 사전 효능 평가를 마치는 대로 본격적인 기술제휴에 나설 계획입니다. 임상에 전문성이 있는 중국 업체와 협력을 타진 중입니다.

이) 어느 정도 수준의 협력을 고려하고 있습니까?

박) 중국 시장 판권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 선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앨리스는 플랫폼 기술이기 때문에 어떤 항체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면역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이) 앨리스를 사용하지 않은 단일 클론 항체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릴게요.

박) PD-1을 타깃으로 하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YBL-006’은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암 표면의 단백질 PD-1과 PD-L1이 상호작용하는 것을 막는 형태로 작동합니다. 실험 결과, 키트루다와는 효능이 유사하고 옵디보보다는 우수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임상 1상을 마치는 대로 라이선스 아웃 파트너를 물색할 계획입니다. LAG-3를 타깃으로 하는 면역항암제 ‘YBL-011’도 생산과정을 조율 중입니다.

이) ADC(항체-약물 복합체) 항암제도 개발 중이시죠?

박) 예. 레고켐바이오와 함께 ‘YBL-001’을 개발 중이고 현재 CMC 단계에 있습니다. ‘YBL-015’은 인투셀과 협력해 개발하고 있습니다. 개발단계는 YBL-001이 YBL-015보다는 좀 더 앞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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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 중 IPO 추진

이) 이젠 IPO에 관련된 걸 여쭤볼게요. 기술특례로 IPO를 추진하고 있는데 평가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박) 이달(12월) 중 기술평가 결과가 나올 예정입니다. 만족할만한 성적표를 받을 수만 있다면 내년 상반기 중 IPO가 목표입니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고요.

이) 내년 상반기를 노리는 이유가 혹시 있을까요?

박) 매년 상반기마다 공모주 장세가 좋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보다도 내년 상반기 중 라이선스 아웃 같은 성과가 나올 것 같아 이즈음을 목표로 잡고 추진 중입니다.

이) 좋은 소식을 준비 중이시라는 말씀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참, 캐시카우도 마련 중이라고 들었어요.

박) 맞습니다. CRO 관련 사업을 확대하려고 합니다. Y-SERV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는데요, 항체 쪽에 기술력과 노하우가 있다보니 인간 항체 스크리닝, 라이브러리 제작 및 스크리닝, 항체 체적화 등을 도맡을 계획입니다. 재조합 항체나 재조합 단백질도 생산할 수 있고요. 올해에만 20억원 정도 매출이 예상됩니다. 면역항암제를 비롯한 항체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해지는 상황이다보니 CRO 사업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IPO로 확보하는 공모자금 사용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있나요?

박) 신약을 개발하고 임상을 진행하는 데 정말 큰 자금이 들어갑니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공모자금은 우선적으로 임상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또 상장사가 되면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할 수 있는 기회도 아무래도 늘어날 걸로 봅니다. 함께 연구자금을 태워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도 (공모자금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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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