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을 미루지 않기로 한 것은 자체적으로 한 실태조사에 바탕을 둔 것이다. 90%를 웃도는 중소기업이 주 52시간제에 대해 준비돼 있다고 답변했다는 게 고용부가 제시한 실태조사 결과다.

정부 "91% 가능" 전수조사했다는데…정작 中企 10곳 중 4곳은 "준비 안돼"
고용부의 ‘50~299인 노동시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기업의 91.1%가 내년 주 52시간제를 준수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81.1%는 이미 주 52시간제를 준수하고 있으며, 16.7%는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고용부는 2만4179개에 달하는 50~299인 기업을 전수조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에선 “고용부의 실태조사 결과를 신뢰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당장 전수조사라는 주장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한 협동조합 이사장은 “회원사 사장 가운데 조사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이가 많다”며 “요즘 중소기업 사장들은 현장 목소리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아예 관련 의견을 표출하는 것조차 꺼리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조사 대상의 60.8%인 1만4699개 기업이 응답했으며, 나머지는 설문에 응하지 않거나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주 52시간제를 관리·감독하는 근로감독관이 소속된 고용부가 조사를 맡았다는 점도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준수할 수 없다고 응답하면 해당 기업이 요주의 대상으로 분류돼 집중 조사받을 것으로 우려한 중소기업들이 “준수 가능”이라고 답하거나 아예 조사에 불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설명이다.

앞서 11월 초 발표된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와의 간극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중앙회 실태조사에서는 주 52시간제를 적용할 준비가 안 된 기업 비중이 3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의 9%와 비교하면 네 배를 넘는다. 현재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한 업체만을 대상으로 통계를 산출하면 이 비율은 84%까지 올라간다.

주 52시간제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제조업 조사 비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중앙회 조사 대상 500개 기업 중 제조업체는 350개였다. 고용부 조사에선 제조업 비중이 31.9%에 불과했다. 중기중앙회가 ‘준비 중이며 연말까지 완료 가능하다’는 응답을 ‘준비 완료’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과 달리 고용부는 현재 준비 완료 여부와 상관없이 내년 준수 가능 여부를 물은 것도 차이점으로 거론된다.

강진규/민경진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