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어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효력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윤 총장이 다시 직무에 복귀했다. 법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가 “사실상 해임으로 검찰 중립성을 몰각한 조치”라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 감찰위원회도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감찰, 직무 배제, 수사 의뢰가 모두 부적절하다는 권고안을 냈다.

법원과 감찰위원회가 모두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준 데다, 고기영 법무부 차관마저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추 장관이 밀어붙인 윤 총장 ‘찍어내기’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추 장관이 징계 청구권자로서 징계위원에서 빠지면서 징계위원회 당연직 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던 고 차관이 물러남에 따라 징계위원회도 파행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오늘 열릴 예정이던 징계위원회를 4일로 연기했지만 개최 여부는 물론 징계 결과도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게 됐다.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는 처음부터 무리수에 무리수를 더한 위법·부당 조치였다는 게 검찰 안팎의 견해였다. 청와대와 여권이 ‘내 편’ 수사를 막기 위해 윤 총장 제거에 나섰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조남관 대검 차장을 비롯해 전국의 대다수 검사들이 반기를 든 것이나 어제 법원 결정에 많은 검사가 ‘사필귀정’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도 그래서였다.

그런데도 여권에서는 검찰을 향해 “집단적 자기최면에서 벗어나라”고 압력 넣기에 급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자세로 격변의 시대를 개척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검사들의 반발을 ‘집단이익’으로 규정해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선공후사’를 말하기 전에 스스로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러 불법·비리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던 대통령이 선공후사를 이야기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부터 그렇다.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는 탄식과 비판의 목소리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법원과 감찰위원회, 그리고 검찰과 여론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들어야 한다. 자칫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사태가 닥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