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트리밍 중계업체 로쿠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주당 300달러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실적이 줄곧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뛰어넘고 있고, 4분기에도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로쿠의 사업은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구조라는 게 큰 장점으로 꼽힌다.
사상 최고가 기록한 美 스트리밍 중계업체 '로쿠'
로쿠는 1일(현지시간) 285.71달러에 장을 마쳤다. 전날에 비해서는 2.68% 떨어졌지만 지난달 초 대비로는 41.16% 올랐다. 로쿠의 상장 첫 거래일(2017년 9월 29일) 시초가는 26.74달러였고 올 초 가격은 133.90달러였다. 최근 가격은 첫 거래일 시초가 대비로는 968.47% 올랐고, 연초 대비로는 113.38% 상승했다.

로쿠의 사업모델은 크게 3가지다. 첫번째는 일반 TV에 연결하면 이를 스마트TV로 만들어주는 장비를 판매하는 사업이다. 이 장비의 가격은 대당 100달러 이하로, 로쿠의 주 수입원은 아니다. 두번째와 세번째 사업을 위해 기기를 저가로 최대한 많이 공급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두번째는 OTT 이용 중계를 통한 구독료 수입이다. 시청자가 로쿠의 장비를 통해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디즈니플러스 등 OTT 서비스를 이용하면 로쿠는 이용 기간 동안 소비자가 내는 돈의 일정 비율을 해당 업체에게서 받는다. 로쿠는 구독료의 10% 가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번째는 광고 수입이다. 미국 OTT 중에서는 넷플릭스처럼 구독료 수익이 아닌 광고 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곳도 있다. 이런 업체가 로쿠를 통해 자사의 콘텐츠를 내보낼 수 있게 해주고, 그 대가로 로쿠가 콘텐츠 사이에 넣을 수 있는 광고 시간을 할당 받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뒤 로쿠의 매출은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4억1123만달러였던 매출은 올 1분기 3억2077만달러로 줄었으나 2분기 3억5607만달러, 3분기 4억5166만달러 등으로 급성장했다. 올 3분기 매출은 증권사 컨센서스(3억6907만달러)를 5.0% 웃도는 성적이다.

이 종목에 대한 투자 의견을 낸 월가 애널리스트 26명 가운데 15명은 ‘매수’를 추천했다. 올 4분기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46.8% 높은 6억356만달러다. 미국 리서치회사 니덤의 로라 마틴 애널리스트는 “로쿠 장비를 설치한 가구 수가 급증하고 있어 앞으로도 실적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OTT 서비스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누가 이기는지와 관계 없이 로쿠는 시장 확대의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4분기에 로쿠의 매출 성장률은 지난 3분기(전년 동기대비 77.1%)에 비해 낮아질 수 있다”면서도 “3분기에 일회성 수익이 반영된 점을 감안하면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로쿠는 올 3분기에 129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로쿠가 분기 흑자를 낸 건 지난해 4분기에 이어 두번째다. 다만 연간 순이익은 올해 1억600만달러 적자를 유지할 전망이다. 내년에도 5200만달러 적자 유지가 예상된다. 로쿠는 아직 연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OTT 기업과 경쟁하지는 않지만 OTT 장비 기업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로쿠는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마존, 구글 등이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