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자동차 업체를 합병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테슬라가 합병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악셀 스프링거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경쟁 자동차 업체를 인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다.

머스크 CEO는 "경쟁 자동차 업체와 테슬라를 합병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머스크는 적대적인 인수합병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적대적 인수합병을 하진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있다"면서 "누군가 테슬라와 합병하는 것이 좋은 생각일 것 같다고 말한다면 그때 관련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사가 합병을 원할 경우에만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테슬라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로 경쟁사들을 인수할 자금은 충분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시총은 이미 5000억달러를 넘었으며 미국의 전통적인 자동차 '빅3'인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 3개 업체를 합한 것보다 훨씬 많다.

테슬라는 오는 21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에 편입된다. 주가는 올 들어 7배 가까이 올랐고,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전하고 있는 것과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각에선 품질 결함 문제도 지적되고 있지만 전세계 전기차 업계의 선두 주자로서 시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내년엔 상하이 생산공장 인근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자체 개발하고 생산을 시작하는 등 중국 시장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편 머스크는 이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테슬라의 실제 수익성은 지난 1년 동안 1%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다"고 고백하면서 앞으로 회사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미래 수익에 많은 신뢰를 보내고 있지만, 만약 그들이 어떤 시점에서 수익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 내리면 테슬라 주가는 대형 해머 아래 놓인 수플레(달걀, 밀가루, 버터를 재료로 만든 요리)처럼 박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머스크는 "전기차를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돈을 어떻게 쓸지에 대해 더욱 똑똑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회사의 비용 절감 노력은 동전 몇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어려운 페니 게임"과 같다면서 "전기차 부품 비용, 공장 공정, 디자인을 개선하면서 품질과 생산량을 늘릴 수천 가지의 좋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5달러를 절약할 제안이라면 좋겠지만, 50센트 또는 20센터라도 아낄 아이디어도 된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테슬라 직원들에게 비용 절감을 주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머스크는 지난해 급여, 부품 비용, 출장비, 임대료 등 모든 지출 항목을 점검하는 비용 절감 프로젝트를 전사적으로 시행한 바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