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들은 경기 흐름에 따라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와 TSMC 투자 비중을 조절한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서 ‘삼성전자 롱(매수), TSMC 쇼트(매도)’로 투자 전략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회복기 투자전략…삼성전자는 '롱' TSMC는 '쇼트'
삼성전자는 지난달 초부터 2일까지 약 한 달간 23% 올랐다. 같은 기간 TSMC 수익률(20%)을 약간 앞서고 있다. 과거 글로벌 경기 침체기엔 미국과 중국 테크 기업 의존도가 높은 TSMC가 유리했다. TSMC는 미국 시스템 반도체 기업인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의 반도체를 수탁생산하는 파운드리 기업이다. 경기 침체기에도 미국 경제는 성장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했다.

특히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삼성전자와 TSMC의 주가수익비율(PER) 격차는 지속적으로 벌어졌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TSMC는 지난해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지난달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고, 코로나19로 급랭했던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면서 정보기술(IT) 업종에서 삼성전자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경제 성장기가 되면 세계 경기가 살아나면서 미국, 중국 기업과 협력하고 경쟁도 하는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 특히 사업구조가 다각화돼 있는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 등도 생산한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망가진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재정 투자를 확대하고, 인프라 투자를 하겠다고 한다”며 “소비재를 만들면서 인프라 투자 수혜를 볼 수 있는 자본재도 생산하는 삼성전자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PER을 TSMC 12개월 선행 PER로 나눈 값은 현재 0.55배 수준이다. 역사적 평균을 한참 밑돈다. 김 연구원은 “과거 두 회사의 평균 격차 수준을 회복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삼성전자 주가는 약 20%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장기적으로는 10만원대에 안착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