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가 “야권이 내년 재·보궐선거에서 이길 거라고 낙관하는 건 굉장히 큰 착각”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2일 국민의힘 초선 공부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 초청 강연에서 “내년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예상해보면 (야권이) 굉장히 어렵다”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정부가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선거 직전 갑자기 백신을 도입한다고 뉴스를 낼 수도 있다. 재난지원금을 갑자기 한 가구당 200만원 주겠다고 발표할 수도 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등 여러 외교적인 액션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여당이 선거에 임박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카드를 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또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선거운동 등이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당 조직을 중심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점도 야권의 고전이 예상되는 이유로 꼽았다. 그는 “언택트 선거를 치르면 후보자들이 인지도를 올리기가 거의 불가능해져 정치 신인에게 굉장히 힘든 선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재·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아 당 조직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서울은 25개 구 구청장 중 국민의힘 소속은 단 한 명, 국회의원은 49명 중 6명뿐”이라며 “야권 조직이 붕괴한 상황”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이 독자적으로 선거전에 나설 게 아니라 야권 전체가 힘을 모아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1야당뿐 아니라 중도, 합리적 개혁을 바라는 진보 세력까지 다 끌어모아야 겨우 해볼 만한 선거가 될 것”이라며 “바로 경선에 들어가기보다는 이슈를 중심으로 모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를 들면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 코로나 방역 대책에 대해 미흡한 점 등 국민이 관심을 둘 수 있는 이슈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