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첫 단추부터 잘못 채운 금융그룹감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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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금융사 소유관계
감독공백 보완이 과잉규제 변질
글로벌 기준 법 제정 필요해도
감독 대상은 법 취지 뛰어넘고
디테일 없어 정권에 휘둘릴 위험
과도한 규제, 과도한 대가 낳아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
감독공백 보완이 과잉규제 변질
글로벌 기준 법 제정 필요해도
감독 대상은 법 취지 뛰어넘고
디테일 없어 정권에 휘둘릴 위험
과도한 규제, 과도한 대가 낳아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
이른바 공정경제3법엔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이 포함돼 있다. 다른 두 법인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뜨거운 논쟁이 진행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조용한 금융그룹감독법은 그 때문에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논란이 적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금융그룹은 무엇이고, 왜 별도의 법으로 감독하려 할까? 제정안에 따르면 감독 대상이 되는 금융그룹은 여수신업, 보험업, 금융투자업 중 두 개 이상의 업종을 영위하는 금융그룹으로 합계 자산이 5조원을 넘는 그룹이다. 그러나 대부분 은행이 포함된 금융지주그룹들은 이미 금융지주회사법으로 감독받고 있기 때문에 새 법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보험회사와 증권회사가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그룹이 주요 대상이다.
이름만 대면 전 국민이 알 만한 대기업 집단의 금융회사들이 서로 소유관계로 엮여 있으면서도 그룹 차원의 감독을 받지 않아 왔다는 것은 분명 규제 공백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발표한 우리나라에 대한 금융부문 평가프로그램(FSAP) 결과에서도 금융그룹에 대한 감독 공백을 조속히 메우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미 개별 금융회사나 단일 업종 금융그룹은 감독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번 금융그룹감독법의 핵심어는 ‘복합금융그룹’이다. 즉, 서로 다른 업종의 금융회사들이 한 그룹에 있을 때 기존의 감독체계로는 온전히 파악할 수 없었던 위험 요소를 볼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의 취지여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제정안이 그런 순수한 목적만을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이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공정거래3법에 엮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흐려진 목적이 향하는 곳은 대기업집단 규제이다. 이는 금융그룹감독 대상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IMF가 권고하는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2002년부터 시행한 유럽연합(EU)에서 찾을 수 있다. 유럽연합의 복합금융그룹 감독지침이 제시하는 복합금융그룹 판별 기준의 첫 번째는 ‘그룹 내에 은행 또는 금융투자회사가 보험회사와 같이 있는가’다. 유럽은 은행과 금융투자회사가 한 회사인 경우가 많아 ‘은행 또는 금융투자회사’라고 표현된 것이기 때문에, 이 판별 기준을 우리나라에서는 금융투자회사가 보험회사와 같이 있는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서는 이 유럽연합의 기준에 은행 대신 캐피털, 카드회사를 넣음으로써 대상을 확대했다. 결과적으로 현대차그룹이 포함됐다. 롯데도 2018년 금융그룹감독 모범규준이 시행될 때는 포함됐다가 금융회사들을 매각해버리며 벗어났다.
유럽연합의 또 다른 판별 기준은 그룹 내 금융 자산 비중이 40%가 넘는지, 은행 또는 금융투자회사 영역과 보험회사 영역이 모두 중요해서 상대적으로 작은 영역이라도 자산 등의 비중이 10%를 넘는지 등을 본다. 명실상부 ‘복합’ 금융그룹이어야 추가적인 감독을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제정안은 이런 섬세한 기준이 없어 이미 보험그룹으로 감독받고 있는 교보도 포함됐다. 금융지주회사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감독대상이 될 그룹이 6개인데, 그중 3분의 1이 국제적 기준으로 봤을 때 영 의아한 것이다. 게다가 금융그룹감독법의 핵심은 대상이 된 그룹에 대해 요구되는 자본의 양을 다시 계산하는 것인데, 제정안에는 이에 대한 세부 사항 없이 원칙적인 내용뿐이다. 이미 취지가 변색된 법이 무엇보다 중요한 ‘디테일’이 빠진 상태에서 행정부 손으로 넘어간다면 법의 운영은 정권의 뜻에 따라 일관성 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기업집단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 아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20년 넘게 해당 규제는 매우 강화됐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금융 안정성에 필요한 법까지 변칙 이용할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과도한 규제는 과도한 대가를 낳는 법이다. 부동산 규제로 심하게 겪고 있는 바다. 더구나 제정법이라면 더욱 신중하게 원칙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질까 걱정이다.
금융그룹은 무엇이고, 왜 별도의 법으로 감독하려 할까? 제정안에 따르면 감독 대상이 되는 금융그룹은 여수신업, 보험업, 금융투자업 중 두 개 이상의 업종을 영위하는 금융그룹으로 합계 자산이 5조원을 넘는 그룹이다. 그러나 대부분 은행이 포함된 금융지주그룹들은 이미 금융지주회사법으로 감독받고 있기 때문에 새 법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보험회사와 증권회사가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그룹이 주요 대상이다.
이름만 대면 전 국민이 알 만한 대기업 집단의 금융회사들이 서로 소유관계로 엮여 있으면서도 그룹 차원의 감독을 받지 않아 왔다는 것은 분명 규제 공백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발표한 우리나라에 대한 금융부문 평가프로그램(FSAP) 결과에서도 금융그룹에 대한 감독 공백을 조속히 메우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미 개별 금융회사나 단일 업종 금융그룹은 감독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번 금융그룹감독법의 핵심어는 ‘복합금융그룹’이다. 즉, 서로 다른 업종의 금융회사들이 한 그룹에 있을 때 기존의 감독체계로는 온전히 파악할 수 없었던 위험 요소를 볼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의 취지여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제정안이 그런 순수한 목적만을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이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공정거래3법에 엮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흐려진 목적이 향하는 곳은 대기업집단 규제이다. 이는 금융그룹감독 대상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IMF가 권고하는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2002년부터 시행한 유럽연합(EU)에서 찾을 수 있다. 유럽연합의 복합금융그룹 감독지침이 제시하는 복합금융그룹 판별 기준의 첫 번째는 ‘그룹 내에 은행 또는 금융투자회사가 보험회사와 같이 있는가’다. 유럽은 은행과 금융투자회사가 한 회사인 경우가 많아 ‘은행 또는 금융투자회사’라고 표현된 것이기 때문에, 이 판별 기준을 우리나라에서는 금융투자회사가 보험회사와 같이 있는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서는 이 유럽연합의 기준에 은행 대신 캐피털, 카드회사를 넣음으로써 대상을 확대했다. 결과적으로 현대차그룹이 포함됐다. 롯데도 2018년 금융그룹감독 모범규준이 시행될 때는 포함됐다가 금융회사들을 매각해버리며 벗어났다.
유럽연합의 또 다른 판별 기준은 그룹 내 금융 자산 비중이 40%가 넘는지, 은행 또는 금융투자회사 영역과 보험회사 영역이 모두 중요해서 상대적으로 작은 영역이라도 자산 등의 비중이 10%를 넘는지 등을 본다. 명실상부 ‘복합’ 금융그룹이어야 추가적인 감독을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제정안은 이런 섬세한 기준이 없어 이미 보험그룹으로 감독받고 있는 교보도 포함됐다. 금융지주회사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감독대상이 될 그룹이 6개인데, 그중 3분의 1이 국제적 기준으로 봤을 때 영 의아한 것이다. 게다가 금융그룹감독법의 핵심은 대상이 된 그룹에 대해 요구되는 자본의 양을 다시 계산하는 것인데, 제정안에는 이에 대한 세부 사항 없이 원칙적인 내용뿐이다. 이미 취지가 변색된 법이 무엇보다 중요한 ‘디테일’이 빠진 상태에서 행정부 손으로 넘어간다면 법의 운영은 정권의 뜻에 따라 일관성 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기업집단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 아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20년 넘게 해당 규제는 매우 강화됐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금융 안정성에 필요한 법까지 변칙 이용할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과도한 규제는 과도한 대가를 낳는 법이다. 부동산 규제로 심하게 겪고 있는 바다. 더구나 제정법이라면 더욱 신중하게 원칙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질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