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벽이 전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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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분홍색 벽면에 한 여인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짧은 머리, 꽃무늬 민소매 차림에 반달형 핸드백을 든 여인의 패션이 예사롭지 않다. 그 옆의 대출광고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전기계량기들이 그림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사진가 유병용 씨가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찍은 사진으로 도시의 벽면을 촬영한 연작인 ‘벽의 표정’ 가운데 하나다. 여인을 묘사한 벽화는 요즘 도시 여성들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전기계량기와 광고딱지는 한 푼의 전기요금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도시 서민의 팍팍한 현실을 대변한다.
도시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벽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 벽들은 단순히 건축물의 한 부분이 아니다. 거기엔 수많은 그림, 광고와 설치물이 존재하고 그것들은 그 시대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줄곧 살아온 작가는 ‘작품은 일상의 변주’라는 생각으로 1990년대부터 서울의 벽면을 담아왔다. 유씨는 도시의 벽을 탐구해 인간의 욕망과 현실이 뒤엉킨 현장을 담담하게 드러냈다. 그 장면들은 때론 날카롭고 때론 서글픈 이 시대의 초상이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사진가 유병용 씨가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찍은 사진으로 도시의 벽면을 촬영한 연작인 ‘벽의 표정’ 가운데 하나다. 여인을 묘사한 벽화는 요즘 도시 여성들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전기계량기와 광고딱지는 한 푼의 전기요금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도시 서민의 팍팍한 현실을 대변한다.
도시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벽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 벽들은 단순히 건축물의 한 부분이 아니다. 거기엔 수많은 그림, 광고와 설치물이 존재하고 그것들은 그 시대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줄곧 살아온 작가는 ‘작품은 일상의 변주’라는 생각으로 1990년대부터 서울의 벽면을 담아왔다. 유씨는 도시의 벽을 탐구해 인간의 욕망과 현실이 뒤엉킨 현장을 담담하게 드러냈다. 그 장면들은 때론 날카롭고 때론 서글픈 이 시대의 초상이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