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남에 대한 증오를 마음에 품지 않았다"
'사법농단' 재판에 나온 임종헌 "모든 증언 거부"(종합)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전직 고위 법관들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모든 증언을 거부했다.

임 전 차장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 등의 직권남용 혐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과 피고인의 증인신문에 일괄해 증언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 역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사실을 언급하며 방어권 보장을 위해 증언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임 전 차장은 "이 사건에서 증언하는 경우 검사가 그 증언 내용을 증인에 대한 형사피고인 사건에서 유죄의 증거로 제출할 수 있다"며 "이는 형사소송법 148조의 증언거부권 행사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증인이 자신에 대한 형사 사건에서 피고인 신문이 이뤄지기 전에 증인으로서 이 사건에서 증언하게 된다면 증인의 공소범죄사실에 대한 인식과 생각이 검찰 측에 사전에 노출된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지난 기일 불출석과 증언 거부는 헌법상 보호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용인돼야 함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항변했다.

앞서 임 전 차장은 지난달 19일에도 이 전 실장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별도 재판 중인 본인 사건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증인으로 나오지 않겠다"며 불출석해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다만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이날은 재판에 출석한 점을 참작해 부과된 과태료를 취소했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증언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다면서도 일괄적으로 증언을 거부하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고, 개별 질문에 관해 각각 판단을 내리게 했다.

임 전 차장은 오후까지 이어진 증인 신문에서 모든 답변을 거절했다.

그는 증인 신문을 마친 뒤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재판장의 말에 "여러 가지 감회가 많았지만, 상세히 말하는 것은 부적절할 것 같다"며 "대신 선문답하듯 제 상황을 빗대어 한 말씀만 드리겠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이어 "최근 중남미 국가에서 대통령을 역임한 가난한 정객이 정계를 은퇴하며 국민들의 축복을 받았다"며 "저는 수십년을 살면서 남에 대한 증오를 마음에 품지 않았다.

타인에게 증오의 감정을 갖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한 뒤 법정을 떠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