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코로나19 확진 수험생들이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격리병동에 마련된 별도 장소에서 시험을 보고 있다. 방역복을 입은 시험감독관과 확진 수험생들을 비추고 있는 폐쇄회로TV(CCTV) 화면.   사진공동취재단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코로나19 확진 수험생들이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격리병동에 마련된 별도 장소에서 시험을 보고 있다. 방역복을 입은 시험감독관과 확진 수험생들을 비추고 있는 폐쇄회로TV(CCTV) 화면. 사진공동취재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서 전국 42만여 명의 수험생이 3일 86개 시험지구에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올해 국어영역은 작년보다 쉬웠던 반면 수학은 이과생이 치르는 가형이 어려워지고, 문과생이 보는 나형은 지난해보다 다소 쉽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절대평가인 영어영역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다. 올 한 해 지속돼 온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등교 중단·원격수업 전환·수능 연기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점을 감안해 올 수능은 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고, 전반적으로 예년 수준에 맞춰 출제됐다는 분석이다.

○국어 체감 난이도 높아

"코로나 상황 감안, 예년 수준 출제"…수학 가형 작년보다 어려웠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날 올해 수능은 전체적으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했다고 밝혔다. 수능 출제위원장인 민찬홍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올해 재학생들이 코로나19로 인해 학습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을 고려해 문제가 어렵다는 인상을 받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올해 국어영역은 전체적으로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쉽거나 비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학생에게 생소한 과학 지문이나 수리계산이 필요한 경제 지문이 출제되지 않아 난도가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문학영역에서도 정철의 《사미인곡》과 같은 잘 알려진 작품이 출제됐다. 고난도 추론 문제나 꼼꼼한 분석을 요구하는 문제가 있어 변별력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입시업체들은 수능 종료 후 가채점한 결과 학생들의 국어 체감 난도가 예상보다 높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임성호 종로하늘학원교육 대표는 “1교시와 ‘코로나 수능’이라는 심리적 부담 때문에 1등급 기준점수가 낮게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수학영역은 이과생이 선택하는 가형은 작년 대비 난도가 높아졌고, 문과생이 치르는 나형은 작년보다 다소 쉬웠다. 가형이 쉽고 나형이 매우 어려웠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평균적인 수준을 유지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2015년 개정교육과정이 올해 수능부터 적용됨에 따라 신유형 문제들이 출제돼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다.

수학 가형은 상위권 학생을 가리기 위한 고난도 문항의 수준이 낮아진 대신 중간 난도 문항에서 비교적 까다로운 문제가 다수 출제됐다. 이에 따라 2~3등급대 학생들에게는 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학 나형은 그동안 ‘킬러문제’로 평가받던 프랙탈 문제가 빠졌으나, 미적분을 다루는 20번과 30번에서 신유형이 추가됐다.

영어영역은 지난해와 비슷한 출제 난이도를 보여 대체로 쉬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듣기 문제의 배치 순서가 바뀌는 등 일부 변화가 있었지만 난이도에 큰 영향은 없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EBS 기출 문제 중 어려울 수 있는 유형들이 쉽게 수정됐다”며 “영어 1등급 비중이 10%에 달한 2018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수능 결시율 역대 최대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수능 결시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교육부는 이날 전국 1교시(국어) 결시율이 전년 대비 1.65%포인트 증가한 13.17%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1교시에 응시한 수험생은 42만6344명, 결시자는 6만464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1교시 결시자 수는 1750명 늘었다. 1교시 이후 중도에 시험을 포기하는 인원도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종 결시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 결시율은 2010학년도 5.8%를 기록한 뒤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1.7%까지 올랐다.

교육부 권고에 따라 올해부터 수능 최저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수시전형이 늘어난 데다 코로나19 감염 시 대학별고사 응시가 크게 제한되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수능을 포기했다는 분석이다. 수능 결시 인원이 늘어나면 등급별 인원 규모가 작아져 평소 예상 성적보다 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 임 대표는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해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에서 탈락하는 인원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며 “일부 대학에서는 최저등급으로 인한 수시 미달 사태도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병상·생활치료센터에서 수능을 본 수험생은 총 45명, 별도 시험장에서 수능을 본 자가격리자 응시생은 456명으로 조사됐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