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뜨거운 IPO 시장 내년에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업공개(IPO) 시장의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다. 올해 샛별처럼 등장한 회사들은 단연 코로나19 진단업체다. 사실 그동안 바이오 업종 중에서도 가장 주목 받지 못했던 회사들이다. 적자를 면치 못하던 진단업체들은 올해 수천억원 대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IPO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언택트(비대면) 산업도 수혜주로 떠올랐다. 원격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게임 회사들이 공모주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앞으로 우리 사회에는 또 한 차례 변화가 예상된다. 내년 IPO 시장에서는 어떤 기업들이 활약할지 전망해봤다.
◆신약개발사 수난시대
올해는 전반적으로 바이오 기업들이 부진했다.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대부분 바이오 업체였다. 미코바이오메드(159 대 1) 피플바이오(40 대 1) 박셀바이오(94 대 1) 이오플로우(151 대 1) 소마젠(69 대 1) 젠큐릭스(77 대 1) 등이다. 특히 신약개발기업들이 예전만큼 주목 받지 못했다. 코로나19 진단기업들의 실적이 월등했던 탓에 적자인 신약 개발사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으로 분석된다. 신라젠, 헬릭스미스 사태 등으로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인보사 사태로 물의를 빚은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도 바이오 회사의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적자인 바이오 기업들에 깐깐한 심사 기준을 적용해 증권신고서의 정정을 요구하고 있다. 공모주 투자 열풍으로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 때문에 지난 9~10월에는 바이오 기업들의 상장 일정이 줄줄이 연기됐다. 금감원은 3개년 손익 추정치, 부채 비율, 채무상환 내역뿐만 아니라 임상시험 성공률과 기술수출계획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바이오 기업이라면 정정신고서를 최소 한 차례 이상 내는 게 관례처럼 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 중인 신약개발 기업은 내년에도 상장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3~4월 코로나19로 상장을 연기한 회사들까지 연말에 몰려있어 거래소도 속도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진단 기업은 내년에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SD바이오센서, 오상헬스케어, 솔젠트 등이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 씨앤투스성진 등 마스크 제조 업체들도 코로나19 종식이 끝나기 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보급될 경우 이들 기업들이 올해만큼의 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AI 빅데이터 기업의 재조명
올해 IPO 인기 테마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이었다. 산업 현장과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무르익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AI 기업의 상장이 줄줄이 이어졌다. 빅데이터·AI 분석기업인 바이브컴퍼니(옛 다음소프트)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얼굴 인식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알체라, 기업용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애자일소, AI 기술을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에 적용한 이삭엔지니어링 등도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AI 기반 의료영상 분석업체들도 속속 증시에 입성한다. 가슴 엑스레이, 폐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AI로 분석하는 뷰노를 비롯해 루닛과 딥노이드도 상장할 예정이다.
AI 빅데이터 기업들은 당분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장한 AI 기업인 바이브컴퍼니(1221 대 1) 솔트룩스(528 대 1) 위세아이텍(1106 대 1) 등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 정책의 수혜주로 부각되며 내년에도 IPO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빅딜’만 10여개…왕좌의 게임
2021년에는 기업가치가 조 단위의 대어들이 IPO 시장에 대거 출격한다. 기업가치 30조원에 이르는 게임회사 크래프톤을 비롯해 장외시장에서 시가총액 60조원인 카카오뱅크가 대표적이다. 기업가치 10조원으로 거론되는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페이지도 있다. 카카오 그룹은 올해 카카오게임즈의 흥행 대박의 여세를 몰아 주요 계열사를 줄줄이 상장시킬 계획이다.
SK계열사들도 가세한다. 코로나19 백신으로 관심이 집중된 SK바이오사이언스, 2차전지 수혜주인 SKIET, 토종 앱스토인 원스토어가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유니콘 기업들도 포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여행레저플랫폼기업 야놀자, 카셰어링 업체 쏘카 등이다.
현재 거론되는 기업들이 모두 계획대로 증시에 입성한다면 한 달에 한번 꼴로 대어가 나오는 셈이다. 상장을 준비 중인 중소기업들은 빅딜에 묻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대어들이 모두 시장에서 ‘핫’한 업종이라는 점도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관심이 대어에 쏠릴 수록 차별화된 에쿼티 스토리와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언택트(비대면) 산업도 수혜주로 떠올랐다. 원격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게임 회사들이 공모주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앞으로 우리 사회에는 또 한 차례 변화가 예상된다. 내년 IPO 시장에서는 어떤 기업들이 활약할지 전망해봤다.
◆신약개발사 수난시대
올해는 전반적으로 바이오 기업들이 부진했다.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대부분 바이오 업체였다. 미코바이오메드(159 대 1) 피플바이오(40 대 1) 박셀바이오(94 대 1) 이오플로우(151 대 1) 소마젠(69 대 1) 젠큐릭스(77 대 1) 등이다. 특히 신약개발기업들이 예전만큼 주목 받지 못했다. 코로나19 진단기업들의 실적이 월등했던 탓에 적자인 신약 개발사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으로 분석된다. 신라젠, 헬릭스미스 사태 등으로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인보사 사태로 물의를 빚은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도 바이오 회사의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적자인 바이오 기업들에 깐깐한 심사 기준을 적용해 증권신고서의 정정을 요구하고 있다. 공모주 투자 열풍으로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 때문에 지난 9~10월에는 바이오 기업들의 상장 일정이 줄줄이 연기됐다. 금감원은 3개년 손익 추정치, 부채 비율, 채무상환 내역뿐만 아니라 임상시험 성공률과 기술수출계획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바이오 기업이라면 정정신고서를 최소 한 차례 이상 내는 게 관례처럼 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 중인 신약개발 기업은 내년에도 상장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3~4월 코로나19로 상장을 연기한 회사들까지 연말에 몰려있어 거래소도 속도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진단 기업은 내년에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SD바이오센서, 오상헬스케어, 솔젠트 등이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 씨앤투스성진 등 마스크 제조 업체들도 코로나19 종식이 끝나기 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보급될 경우 이들 기업들이 올해만큼의 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AI 빅데이터 기업의 재조명
올해 IPO 인기 테마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이었다. 산업 현장과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무르익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AI 기업의 상장이 줄줄이 이어졌다. 빅데이터·AI 분석기업인 바이브컴퍼니(옛 다음소프트)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얼굴 인식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알체라, 기업용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애자일소, AI 기술을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에 적용한 이삭엔지니어링 등도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AI 기반 의료영상 분석업체들도 속속 증시에 입성한다. 가슴 엑스레이, 폐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AI로 분석하는 뷰노를 비롯해 루닛과 딥노이드도 상장할 예정이다.
AI 빅데이터 기업들은 당분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장한 AI 기업인 바이브컴퍼니(1221 대 1) 솔트룩스(528 대 1) 위세아이텍(1106 대 1) 등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 정책의 수혜주로 부각되며 내년에도 IPO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빅딜’만 10여개…왕좌의 게임
2021년에는 기업가치가 조 단위의 대어들이 IPO 시장에 대거 출격한다. 기업가치 30조원에 이르는 게임회사 크래프톤을 비롯해 장외시장에서 시가총액 60조원인 카카오뱅크가 대표적이다. 기업가치 10조원으로 거론되는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페이지도 있다. 카카오 그룹은 올해 카카오게임즈의 흥행 대박의 여세를 몰아 주요 계열사를 줄줄이 상장시킬 계획이다.
SK계열사들도 가세한다. 코로나19 백신으로 관심이 집중된 SK바이오사이언스, 2차전지 수혜주인 SKIET, 토종 앱스토인 원스토어가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유니콘 기업들도 포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여행레저플랫폼기업 야놀자, 카셰어링 업체 쏘카 등이다.
현재 거론되는 기업들이 모두 계획대로 증시에 입성한다면 한 달에 한번 꼴로 대어가 나오는 셈이다. 상장을 준비 중인 중소기업들은 빅딜에 묻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대어들이 모두 시장에서 ‘핫’한 업종이라는 점도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관심이 대어에 쏠릴 수록 차별화된 에쿼티 스토리와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