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산후조리원' 최수민 "아들 차태현, 첫 연기에 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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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산후조리원' 안희남 역 배우 최수민
50년 경력 베테랑 성우
첫 연기 도전, 1인2목소리 '시선집중'
50년 경력 베테랑 성우
첫 연기 도전, 1인2목소리 '시선집중'
50년만에 첫 연기 도전이었지만 이보다 완벽할 수 없었다.

최수민은 1969년 TBC 11기 공채 성우로 방송을 시작했다. 올해로 50년차 성우다. 김영옥과 나문희, 한석규 등 성우 출신 배우들은 여럿이지만 최수민은 성우 외길을 걸어왔다. 둘째 아들 차태현이 연기자로 사랑받고, 첫째 아들도 영화 제작사 대표로 일하면서 여러번 연기 제안을 받았지만 "난 못한다"면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대본을 외우는 것부터 제가 할 수 있을까 싶었죠. 성우는 대본을 보는데, 탤런트는 완벽하게 외워야 하잖아요. 성우의 습관이 있어서 대사를 외워가며 캐릭터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을 거 같았죠. 성우협회를 통해 '산후조리원' 오디션 공지가 왔을 때에도 '아 그런가보다'하고 넘긴 것도 그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운명처럼 '산후조리원' 제작진에게 개인적으로 다시 연락을 받았고, "만나만 보자"면서 했던 약속이 출연까지 이어지게 됐다.
"일단 '감독님, 작가님 만나서 커피만 마셔보라'는 말에 '알겠다'고 답은 했지만 어안이 벙벙했어요. (차)태현이에게 연락을 했더니 '해야지. 좋은 기회니 일단 얘기만 나눠보라'고 하더라고요. 가서도 똑같이 말했어요. '저 못해요. 대사 못 외워요'라고요. 그런데 앞에 대본을 읽어만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대본이 '엄마찾아 삼만리'라 슬픈 내용이었어요. 읽으면서 눈물을 글썽이니 감독님, 작가님이 깜짝 놀라셨어요. 전 원래 그러거든요. 슬프면 슬프게, 재밌으면 재밌게."

"남편이 연극영화과 출신이에요. 제가 연기하는 걸 보더니 본인도 '큰일났다' 싶었나봐요.(웃음) '리얼하게 해. 꾸미지 말고. 학생들에게 그렇게 가르쳤잖아. 그대로 해'라고 말하더라고요. 촬영하는 내내 남편이 매니저처럼 같이 다녔어요. 제가 요즘 충남 당진에 살고 있는데, 세트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려요. 그때 남편과 대화를 하면서 준비를 했죠."
아들들도 적극적으로 최수민의 도전을 도왔다.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최수민에게 "해보라"고 용기를 복돋아줬던 차태현은 '산후조리원' 마지막회에 자신의 대표작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명장면을 패러디하며 카메오의 화룡정점을 찍었다.
차태현의 형이자 장남인 차지현 역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끝까지 간다' 등을 만든 영화 제작사 대표로 최수민의 '산후조리원' 출연 소식에 매니저부터 구해줬다고. 최수민이 "낯선 사람과 다니는게 불편하다"고 거절했지만, 온 가족이 나서 최수민을 도운 것.

"제가 태현이 낳고 28일 만에 복귀했어요. 현진이 알렉스에게 기회를 뺏기기 싫어 '복귀하겠다'고 한 것처럼, 저도 당시 TBC 간판 프로그램 주인공을 8년 만에 맡게 됐어요. 그래서 포기할 수 없었어요. 젖몸살이 오고, 그땐 수유실이나 유축기도 따로 없어서 화장실에서 손으로 유축하고 버리면서 일을 했어요."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건 최수민이 성우라는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했기 때문. 초등학교때부터 꿈꿔왔던 성우가 됐고, "성우밖에 못하는 사람이라 생각해 딴 곳에 눈 안돌리고, 일 하는게 행복했다"던 최수민이다. 그랬던 최수민이 50년 만에 성공적인 배우 신고식을 치룬 만큼 "앞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산후조리원'을 하면서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됐어요. 큰 아이가'1등 배우 될 수 있어'라고 하길래, '배역달라'고 해놓았어요. 일단 작품 하나는 따 놓았네요.(웃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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