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 일군 자유무역…세계 78%가 한국의 경제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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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이 국가를 살 찌우는 이유
1967년 GATT 가입하며
세계 통상무대에 본격 데뷔
현재는 56개국과 자유무역협정
최근 15개국 참여 RCEP 서명
보호무역 '가림막' 벗어던지고
개방과 경쟁으로 산업 키워
1967년 GATT 가입하며
세계 통상무대에 본격 데뷔
현재는 56개국과 자유무역협정
최근 15개국 참여 RCEP 서명
보호무역 '가림막' 벗어던지고
개방과 경쟁으로 산업 키워
대한민국이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도 안 되는 가난한 나라에서 현재 세계 10위권으로 올라선 것은 자유무역의 물결을 타고 수출주도형 경제체제를 구축한 덕분이다. 천연자원도 없고 축적된 자본도 없었지만 가발부터 시작해 신발, 섬유, 가전제품을 거쳐 자동차와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을 수출하는 등 개방과 경쟁을 통해 우리의 경제력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세계 각국이 자유무역 확대에 나섰고 그 세계적 흐름에 한국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도 ‘한강의 기적’을 일군 원동력이 됐다.
한국도 이런 흐름에 맞춰 2004년(발효 기준) 칠레와 FTA를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2007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2011년 유럽연합(EU), 2012년 미국 등과 잇따라 FTA를 체결했다. 한국은 현재 16건의 FTA를 통해 56개국과 자유무역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경제영토’의 확장이라고 표현한다. FTA 상대국의 시장을 개방하면서 동시에 우리 시장도 그만큼 열어주는 것이니만치, 국경과 무관하게 경제적으로는 상대방 국가도 관세 등 장벽 없이 우리가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가 체결한 56개국은 미국 유럽 아세안 등 세계 3대 경제권을 포괄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8%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들이다.
나라마다 자원의 존재 여부나 산업의 발달 정도가 달라 경제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국 산업을 지키려는 보호무역 경향은 여전히 강력하다. 하지만 비교우위에 바탕을 둔 자유무역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기에 국가들은 자국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상대방 시장에 자유롭게 접근하려는 FTA를 잇따라 체결하는 것이다. 한국도 농업과 부품·소재·장비산업 분야가 시장 개방에 소극적이고, RCEP으로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 제품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 개방으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경제를 선진화할 수 있음은 국내 영화산업이 보여줬다. 1990년대 스크린쿼터(한국 영화 의무상영일수)를 축소하면 국내 영화산업이 소멸되리라는 우려와 달리 한국 영화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춰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수상작(기생충)까지 배출하지 않았는가. 18세기 실학자 박제가는 중국을 다녀온 뒤 《북학의》를 통해 ‘생산물 교환이 활발해야 풍족해질 수 있다’며 쇄국의 틀에 갇혀 있던 조선의 개방을 촉구한 바 있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
② 자유무역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가 여전히 보호무역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③ 회원국끼리의 자유무역을 강화하는 지역협의체가 여기저기 생기면서 이들 지역협의체 간 보호무역이 강화되는 상황을 해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세계 GDP의 78%가 우리의 ‘경제영토’
한국은 자유무역을 위한 국제규범인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1967년 가입하면서 세계 통상 무대에 등장했다. GATT는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는 방식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국가들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관세 장벽을 없애고 수출입 제한을 완화하자는 국제규약으로 1947년 출범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 위주이고 공산품 개방이 주된 의제였던 GATT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바뀌었는데 이때 한국은 논의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현재 164개국이 참여하는 WTO는 농산물과 서비스 시장까지 포괄하는 개방을 강조할 뿐 아니라 국가간 무역분쟁이 발생하면 WTO에서 조정하는 등 GATT보다 강한 구속력을 가진 범세계적인 자유무역기구다. 하지만 국제통상에서 지식재산권 등 무역장벽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기에 이후로도 분야별 다자간 협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협력과 환경보호 등 의제를 담은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선진국과 개도국의 대립으로 2003년 결렬된 이후로는 국가 간 혹은 지역 단위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본격 추진됐다. 모든 회원국에 최혜국 대우를 보장하는 ‘다자주의’가 원칙인 WTO와 달리 FTA는 양 국가 혹은 지역 내 회원국에만 무관세나 낮은 관세를 적용하는 협정이다.한국도 이런 흐름에 맞춰 2004년(발효 기준) 칠레와 FTA를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2007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2011년 유럽연합(EU), 2012년 미국 등과 잇따라 FTA를 체결했다. 한국은 현재 16건의 FTA를 통해 56개국과 자유무역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경제영토’의 확장이라고 표현한다. FTA 상대국의 시장을 개방하면서 동시에 우리 시장도 그만큼 열어주는 것이니만치, 국경과 무관하게 경제적으로는 상대방 국가도 관세 등 장벽 없이 우리가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가 체결한 56개국은 미국 유럽 아세안 등 세계 3대 경제권을 포괄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8%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들이다.
RCEP로 경제영토 더 확장
이번에 우리가 협정에 서명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아세안 10개국과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지역경제협력체다. FTA는 두 국가 사이에 이뤄지거나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의 지역협정 등 두 가지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데,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이 맺은 ‘USMCA’ 등이 대표적인 지역협정이다. 한국은 이미 중국 아세안 호주 등과 FTA를 체결한 상태여서 RCEP으로는 일본과 FTA를 맺은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 됐다. 일본은 우선 공산품을 기준으로 한국에 수출하는 품목의 19%만 적용받았던 관세 면제 혜택이 92%까지 확대된다. 한국은 94% 품목까지 일본 수출에 대한 관세 면제 혜택을 받는다. FTA가 자유무역을 지향하지만 쌀 등 국가 생존에 필요한 핵심품목은 개방에 예외를 두기 때문에 100% 관세 면제가 이뤄지기는 어렵다. 아세안과는 상품자유화 수준이 현재 80%에서 90%로 높아진다. RCEP이 1~2년 내 회원국들의 국내 비준(한국도 국제조약은 국회에서 동의를 받아야 효력을 발휘한다)으로 발효될 경우 한국의 경제영토는 세계 GDP의 86% 수준까지 높아진다.나라마다 자원의 존재 여부나 산업의 발달 정도가 달라 경제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국 산업을 지키려는 보호무역 경향은 여전히 강력하다. 하지만 비교우위에 바탕을 둔 자유무역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기에 국가들은 자국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상대방 시장에 자유롭게 접근하려는 FTA를 잇따라 체결하는 것이다. 한국도 농업과 부품·소재·장비산업 분야가 시장 개방에 소극적이고, RCEP으로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 제품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 개방으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경제를 선진화할 수 있음은 국내 영화산업이 보여줬다. 1990년대 스크린쿼터(한국 영화 의무상영일수)를 축소하면 국내 영화산업이 소멸되리라는 우려와 달리 한국 영화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춰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수상작(기생충)까지 배출하지 않았는가. 18세기 실학자 박제가는 중국을 다녀온 뒤 《북학의》를 통해 ‘생산물 교환이 활발해야 풍족해질 수 있다’며 쇄국의 틀에 갇혀 있던 조선의 개방을 촉구한 바 있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
NIE 포인트
① 기술력도 없고 변변한 제품도 만들지 못하던 한국이 개방에도 시장이 잠식되지 않고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왜일까.② 자유무역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가 여전히 보호무역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③ 회원국끼리의 자유무역을 강화하는 지역협의체가 여기저기 생기면서 이들 지역협의체 간 보호무역이 강화되는 상황을 해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