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에게 공개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이 발생할 경우 포털사이트가 해당 정보를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청구인 A씨 등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6(합헌):3(위헌)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3월 본인의 블로그에 "△△(회사명), 네티즌 입막음 나섰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후 주식회사 △△는 포털사이트에 게시글 중단을 요청했고, 실제로 해당 게시글에 대해 임시적인 접근 차단 조치가 이뤄졌다.

또다른 청구인 B씨는 2013년 3월 블로그에 “진보의 하나님, 보수의 한국 교회”라는 글을 올렸는데 모 목사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글 삭제를 요청했다. 이에 해당 블로그를 운영하는 회사는 해당 글에 대한 임시적 차단 조치를 했다. 청구인들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냈다.

해당 법 조항에 따르면 정보통신망을 통해 제공된 정보 때문에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그 정보의 삭제 등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권리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임시조치 기간을 30일 이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는 종국적인 분쟁해결기관이 아니니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 임시조치를 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 이용이 상당히 보편화 돼있는 데다가 인터넷상에 타인에 대한 모욕, 명예훼손, 비방을 담은 게시물을 올리는 등 사이버 폭력의 발생빈도 역시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 하여금 30일의 범위 내에서 위와 같은 임시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적합한 수단" 이라고 말했다.

반대의견을 낸 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해당 조항은 표현의 자유보다는 인격권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두 권리의 조화로운 보장이라는 헌법적 요청을 도외시한 입법"이라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