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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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은 무조건 싫다는 예비신부, 어떡하죠?"

내년 봄 결혼 예정인 30대 남성 A 씨는 상견례를 끝내고 신혼집을 알아보던 중 예비신부와 마찰을 겪고 있다.

A 씨는 대학원까지 졸업하느라 현재 직장 생활 2년 차다. 지금까지 모은 돈은 6000만 원. 4살 어린 예비신부는 A 씨보다 오래 일했지만 3000만 원 정도 모았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 만으로 힘에 부치자 양가 부모가 신혼집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각각 5000만 원씩 총 1억 원을 받았다. A 씨는 "'영끌'이라고 하지 않나. 영혼까지 끌어모아도 2억"이라고 했다.

예비신부의 직장이 경기도이고, A 씨 직장과도 멀지 않아 회사 인근에 집을 구하기로 했다.

서울은 아니지만 20평 대 아파트 기준 전세 3억은 기본이었다. A 씨는 "몇 년 뒤 청약을 노리고 있는데 굳이 대출까지 받으며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예비신부도 이 의견에는 일부 동의했다.

그러다 A 씨가 알아본 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주택이었다. 20평대이고 금액도 저렴해 대출할 필요도 없었다. 이 정도면 허리띠를 졸라 메고 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A 씨 예비신부는 "임대주택은 절대 싫다"면서 "차라리 대출 받아서 아파트는 못 가도 신축 빌라에 들어가자"고 반대했다.

A 씨는 "매매도 아니고 남의 집에 잠시 몇 년 사는 건데 왜 대출까지 받아 가며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예비신부는 "사촌언니는 풀 대출받아서 브랜드 아파트 신축에 전세로 입주했는데 너무 부럽다. 우리도 그러면 되지 않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씨는 "대출받고 2년 간 이자 내는 돈이 너무 아까운데, 예비신부를 어떻게 설득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네티즌들은 "임대주택은 들어가면 공짜인 줄 아나? 월 수십만 원 씩 나가는 걸로 알고 있다. 그 돈이랑 이자랑 비교해 봤을 때 별 차이 없으면 신혼부부 디딤돌 대출받아라", "당장 청약 당첨 확률이 높으면 몰라도, 그런 게 아니라면 대출을 알아보는 게 좋겠다", "젊어서 임대 들어가면 돈도 못 모은다", "매매 아닌 전세를 구하고 있다면 임대아파트는 비추다"라는 의견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가장의 입장으로 말씀드리면 빚을 만들어서 갚는 것도 하나의 재테크다. A 씨야 말로 이자 내는 게 싫다고만 하지 말고 잘 생각해보라. 그렇다고 임대가 싫다고만 하는 비논리적인 여자친구도 그다지 영리해 보이지 않는다. 잘 상의하고 서로의 말에 귀 기울여 합의점을 도출해 사는 게 결혼"라고 조언했다.

임대주택에 입주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A 씨 예비신부처럼 임대 아파트를 기피하는 이들도 있다. 빈곤층이 거주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서민주택' 이미지 때문이다. '서울해법' 저자인 김성홍 씨는 "임대주택은 기피 시설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공급량을 늘리는 것과 함께 질 높은 적정가격 임대주택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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