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명동WM센터 민경윤 부장·박상아 대리
"PB에게는 스트레스 해소할 수 있는 능력 필수"
"공부 안하면 고객이 먼저 알아...집에서도 공부"
최근 고액 자산관리 전문가(PB)들이 사내 연봉킹 자리를 꿰차면서 '증권사의 꽃'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증권사 대부분 직렬은 연차나 직급에 따라 급여가 지급되지만, 고액 자산관리 분야는 성과에 따라 계약하기에 능력에 따라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들은 고용이나 급여 안정성이 높지 않다고 합니다.
NH투자증권 서울 명동WM센터의 민경윤 부장(48)은 "업앤다운이 심한 증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잘 해소 할 수 있는 능력이 PB에겐 필수"라고 말했습니다. 박상아 대리(32)는 "영업이 쉽지 않지만 고객과의 딜이 성사됐을 때의 기쁨 또한 만만찮다"며 "성취감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PB가 적합한 직업"이라고 소개했습니다. '21년차 베테랑' 민경윤 부장과 '4개월차 신참' 박상아 대리를 통해 PB의 세계를 살펴봤습니다. ▶어떻게 증권사에 입사하게 됐는지요
△민경윤(민) : 1999년 외환위기이후 우리투자증권에 입사했다. 잠시 영업점을 거친 후 인사부에서만 14년을 근무했다. 2014년부터 이촌 영업점을 거쳐 지금 명동점에서 일하고 있다. (2014년 6월 농협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했다. 기존 NH농협증권과 합병하면서 2015년 1월부터 NH투자증권으로 재출범했다.)
△박상아(박) : 2010년말 농협증권으로 입사했다. 본사 상품전략팀과 영업지원부를 거쳐 올해 8월 명동점으로 발령받았다. 한국외대에서 이태리어를 전공했다.
▶이태리어 전공인데 어떻게 증권사에 입사할 수 있었나요?
△박 : 경영학을 복수전공했다. 재무관련 과목이 적성에 맞았다. 교수님이 증권사에 관심있다면 관련 자격증을 따 두면 좋다고 말씀하셨다. 대학때 취득한 자격증이 증권 3종 세트인 증권투자상담사, 펀드투자상담사, 파생투자상담사다. 대학3학년때는 자금운용역 자격증도 땄다. 여학생들이 상당수 은행을 선호하는데 정적인 은행보다 활동적인 증권사가 적성에 맞아 증권사 입사를 목표로 준비했다. 대학 4학년 S자산운용사 인턴경험도 입사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럼 증권맨은 대부분 활동적인가요?
△민 : 시장은 매일 변한다. 시장이 바뀌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사람이 어울린다. 한국과 미국 증시 역사를 길게 보면 상승했다. 큰 시각으로 보면서 고객에게 확실한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적합하다. 매일 치는 잔파도를 보면서 우리가 투자한 상품은 목적지까지 갈 것이라는 확신을 고객에게 줘야 한다.
△박 : 무조건 액티브한 사람이 맞는 것은 아니다. 집요함과 부지런함이 더 필요하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바뀌는 상황에서 꾸준히 성실하게 공부할 사람이 더 적합하다. 공부를 안 하면 고객이 먼저 안다. 그럼 신뢰가 깨진다. 그렇기에 내성적이지만 집요한 사람이 영업을 더 잘하기도 한다.
▶과거 증권사의 꽃은 리서치분야였던 것 같은데
△민 : 분석력과 인사이트가 필요한 리서치가 매력적인 업무에는 틀림없지만 시장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책임이 큰 만큼 일이 고되고 많다. 다른 업무만큼 대우가 많지도 않다. 관계법령에 따른 투자보고서를 냈는지를 묻는 컴플라이언스가 강화돼 본인 책임도 커졌다. 돈을 직접 버는 조직이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 기관이나 법인을 상대로 하는 IB(기업금융)가 인기가 높다. 연봉킹들은 대부분 IB나 PB에서 나온다. (올 상반기 NH투자증권 IB분야 연봉킹은 13억2700만원을 받은 김연수 상무였고, PB분야 연봉킹은 10억4500만원을 받은 서재영 상무였다.) ▶고연봉을 받는 만큼 하루도 벅찰것 같습니다.
△민 : 오전7시30분에 출근을 하는데, 사실 출근전부터 하루가 시작된다. 전날 미국증시를 미리 리뷰하고, 조간 신문기사 확인도 기본이다. 오전8시부터 장시작 전까지는 '오늘의 시황 전망'에 대한 화상회의를 한다. 리서치 센터에서 유가, 환율, 금리 등에 대한 프레젠테이션도 있다. 증시가 열리면 브로커리지 업무, 법인 고객 대응, 금융상품 세일즈 등을 한다. 오후 3시30분 장이 끝나면 미뤘던 고객 미팅 등을 통한 상품 판매를 한다. 오후 5시에 퇴근한다. 5시20분이 되면 자동으로 PC가 오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시장이 오후 5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박 : PB는 퇴근후에도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 최근에는 유튜브 증권전문가 채널이 많다. 유튜브를 시청한 고객들이 이것저것 물으면 답변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한국 미국증시를 정리해주는 유튜브 채널 '3%TV' '신사임당' '글로벌라이브' 등을 주로 시청한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미국주식 투자가 이슈가 되고 있다.
△민 : 한국증시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가 안된다. 97%의 넓은 바다가 있는데, 굳이 3%의 물에서 놀 필요는 없다. 분명 미국시장은 한국에서 찾지 못하는 기회가 있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테크기업이 있지만 구글과는 차원이 다르다. 생각의 틀을 넓힐 수 있는 기회다. 미국증시는 한국시간으로 밤에 열리기에 큰 방향성을 보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 종목 투자가 부담되면 ETF 인덱스펀드를 투자하면 된다. 젊은세대이기에 도전을 위해서라도 해보라고 하고 있다.
△박 :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조정을 받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망할 것 같다. 이들 종목은 사서 오랫동안 기다리면 된다.
▶거액 자산가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민 : 고객과의 비밀유지 의무가 있어서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 관리중인 전체 자산은 대주주 지분을 포함해 1600억원정도다.
△박 : 개인 고객중에는 50억원을 맡긴 자산가도 있다. 전체 맡고 있는 개인고객은 150명 정도다. 한달에 최소 세번이상 관리중인 고객을 접촉하려고 한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대면 접촉보다는 전화상담을 한다. ▶부자들에게만 있는 특징이 있을 것 같은데요
△민 : 하나로 말할 수는 없지만, 부자들은 대부분 '분산투자'를 한다. 국내외 정세가 시시각각으로 바뀌기 때문에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투자하는 것 같다.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신중하게 투자를 하는 거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박 : 자산가들은 말에서 여유가 있다. 전화를 하면 언제든 반갑게 맞아준다.
▶그럼 좋은 PB란 무엇인가요
△민 : 당연히 고객의 자산을 불려주는 게 가장 좋은 PB다. 이를 위해선 돈을 벌 수 있는 상품을 잘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자산가들은 PB들의 말과 행동이 자신을 위한 것인지, 나를 위한 것인지를 귀신같이 안다. 인간적인 신뢰보다 '실력적인 신뢰'가 PB에게 필요하다는 뜻이다.
▶AI가 발전하면 PB의 역할도 축소될까요
△민 : AI가 확대되면 분명 사람이 하는 역할은 축소될 것이다. 증권업 뿐 아니라 모든 업종이 그럴 것이다. 각 업종이 고민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 필요한 접점은 분명히 있다. 과연, 어렵게 모은 자산을 알파고에게만 맡길 수 있을까?
증권사 입사 준비생을 위해 자격증이 꼭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묻자, 민 부장은 "기본적으로 증권투자권유자문인력,파생상품투자권유자문인력 및 일임투자자산운용사는 있어야 한다"며 "공인재무설계사(CFP) 자격증이 있다면 전문성을 인정 받겠지만 필수는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증권사 입사 준비생들이 참고할 만한 도서로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벤자민그레이엄이나 '전설적 펀드매니저'인 피터린치의 책을 추천했습니다. 민 부장은 "면접때 많은 지원자들이 이들에게 영향을 받아서 증권사 문을 두드렸다"며 추천이유를 설명 했습니다. 이밖에 실무서인 '기업공시 완전정복', '재무제표 모르면 주식투자 절대하지 마라' 등도 읽으면 좋을 것이라 합니다. 박 대리는 증권사도 해외주식이 필수가 된 시대여서 '슈퍼리치는 해외주식에 투자한다'를 일독해 볼 것을 구직자들에게 권했습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