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214명의 임원 승진자가 나왔다. 2017년 말에 이뤄진 2018년도 정기인사 이후 3년 만에 200명이 넘는 임원 승진자가 배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시장 예측을 뛰어넘는 실적을 낸 것이 인사 폭이 커진 배경으로 꼽힌다.

젊은 임원 전진 배치

삼성전자는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직급별로 부사장 31명, 전무 55명, 상무 111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이 승진의 영광을 누렸다. 펠로우는 연구개발 분야 최고위 임원이다. 펠로우의 전 단계에 해당하는 마스터는 임원급 연구개발 전문가다.

2017년 말에 이뤄진 2018년도 정기인사(221명)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임원으로 승진했다. 연도별 승진자는 2019년도 158명, 2020년도 162명 등이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며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승진 폭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승진자 중 미래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부사장은 31명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인재풀을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패널 가격 예측 시스템을 도입한 고승환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구매팀장, 생활가전 시장에 ‘비스포크’ 열풍을 몰고 온 이강협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갤럭시탭과 갤럭시북 시리즈 개발을 주도한 김학상 무선사업부 NC개발팀장 등이 눈에 띄는 승진자로 꼽힌다.

승진 연한을 채우지 않고 한 단계 위 직급으로 올라간 발탁 승진자도 25명에 달했다. 비스포크 냉장고와 그랑데AI 세탁기 개발에 참여한 이기수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장, 5세대(5G) 이동통신 기지국 가상화 기술 상용화를 주도한 이준희 네트워크사업부 선행개발그룹장 등은 2년 만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다양성 강화…여성과 외국인 임원도 늘어

삼성전자의 인사 기조인 ‘다양성과 포용성’ 강화를 위한 인사도 눈에 띈다. 올해 임원이 된 외국인과 여성은 모두 10명이다. 조셉 스틴지아노 SEA법인 CE 비즈니스장(부사장), 한상숙 VD사업부 서비스 비즈니스팀 부팀장(전무) 등이 대표적이다. 최연소 임원도 여성이다. 연구 조직인 삼성리서치에서 데이터 분석 업무를 담당해온 이윤경 상무는 1979년생으로 올해 41세다.

승진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직군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이번 인사에서 배출된 임원 승진자만 21명에 달한다. 1년 전 이뤄진 2020년도 정기 임원인사(10명) 때보다 두 배 이상 승진자 규모가 늘었다. 윤장현 무선사업부 S/W 플랫폼팀장, 이종열 메모리사업부 S/W개발팀장 등이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연구개발 분야에선 새로운 펠로우가 탄생했다. 이번에 승진한 윤보언 반도체연구소 공정개발실 펠로우는 차세대 반도체 공정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 권위자다. 마스터 승진자는 최항석 무선사업부 파워솔루션 그룹 마스터 등 총 16명이다.

이번 정기 인사에서 가장 약진한 사업부는 냉장고, 세탁기 등을 담당하는 생활가전사업부다. 사업부장인 이재승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전략마케팅팀장과 개발팀장 등 핵심 임원들이 일제히 부사장을 달았다. 생활가전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도한 유미영 상무도 전무로 승진했다. 유 전무는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분야 최초의 여성 전무다.

이날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삼성의 전자 계열사들도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2명, 삼성SDI는 19명, 삼성전기는 16명의 승진자를 배출했다. 삼성SDI에서 차세대 전지 개발을 주도한 김윤창 부사장, 삼성전기의 인프라 기술 전문가인 안정수 부사장 등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