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패배에 불복해 50건 가까운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금까지 2심에서 단 1건 승소하는 데 그쳤다. 한 달간 대선 결과를 둘러싼 소송과 재검표 등 이의 제기에 880만달러(한화 약 95억원)를 쏟았음에도 불구하고 초라한 성적이다.

4일(현지시간) CNN방송은 3일 기준 자체 집계한 결과, 트럼프 대선 캠프와 공화당 측이 6개 경합주에서 낸 소송 중 최소 35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 측이 승리한 사건은 단 1건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승리한 사건은 펜실베이니아주 항소법원이 우편 투표자의 신원 확인 기간을 선거일 이틀 전에 연장한 것은 부당하다고 내린 판결이었다.

나머지 사건은 모두 패소했거나 소송을 철회했다. 전적으로만 평가하면 1승 34패의 성적이다.

소송이 가장 많이 제기된 지역은 핵심 승부처로 통했던 펜실베이니아주다. 현재까지 나온 소송 결과 17건 중 16건의 소송은 지거나 철회됐다.

이와 함께 미시간 6건, 네바다 5건, 조지아 3건, 애리조나 2건, 위스콘신 2건 등 소송도 패소나 철회했다.

또한 CNN은 최소 16건의 소송이 주 법원이나 연방 법원에 계류 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미 대선 후 한 달 간 이미 결론 난 소송까지 포함해 50건 가까운 소송전을 제기했지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소송과 재검표 등 이의 제기에 트럼프 대통령 측은 880만달러(한화 약 95억여원)에 달하는 비용을 사용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잇따른 패소에도 불구하고 상급심으로 소송을 옮겨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춰 비용 지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캠프가 연방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지난 한 달간(10월 15일∼11월 23일) 비용 보고서를 바탕으로 캠프가 880만달러를 재검표와 소송, 법률 자문과 정치 자문, 광고, 여론조사 등에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비용이 든 항목은 위스콘신주의 부분 재검표로, 300만달러(약 33억원)가 들었다. 당시 위스콘신주 법에 따라 트럼프 캠프가 비용을 대 2개 카운티의 재검표를 요청했지만, 되레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의 격차가 수십표 더 벌어지기만 했다.

다음 지출 항목은 230만달러(약 25억원)가 들어간 법률 자문이었다. 필라델피아의 로펌 등 여러 로펌에 비용이 들었다. 다만 대선 후 트럼프 대통령의 법적 대응을 주도한 루디 줄리아니 변호사에게 지급된 액수는 이번 보고서에 들어있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세 번째로 큰 비용 지출 항목은 약 220만달러(약 24억원)가 들어간 문자 메시지 광고였다. 지지자들에게 자금 후원을 요청한 문자 세례에 들어간 돈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에 보고된 비용이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인증을 막거나 주(州) 선거 행정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 주요 주에 소송을 제기하는 데 사용된 비용이라고 전했다.

또한 로펌에 대한 비용 지급에는 몇 주나 몇 달의 시차가 있는 만큼 다음 보고서에서는 더 많은 법률 비용이 보고될 것으로 예상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