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조류인플루엔자 덮친 영암 농가 3㎞ 이내 살처분에 '깊은 시름'
[르포] "장염 백신 맞힌지 하루도 안돼 매몰이라니…생계도 고민"
전남 영암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주민들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2017년 겨울에 이어 3년 만에 전남에서 AI 확진 사례가 나오면서 대규모 살처분과 장기간 입식 제한 여파를 힘겹게 이겨내 오던 농가들의 걱정이 커졌다.

6일 오전 전남 영암군 한 삼계 농장에서는 예방적 살처분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방역 당국은 AI가 발생한 육용 오리 농장과 반경 3km 이내의 닭·오리 농장 10곳(49만3천마리)을 상대로 전날부터 이틀간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했다.

이 농장에서는 삼계 15만 마리에게 가스 성분을 주입한 뒤 매몰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논밭 사이에 띄엄띄엄 자리 잡은 농장에서는 닭울음 대신 중장비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흰색 방역복과 고글, 마스크를 착용한 방역 요원들이 빠른 발걸음으로 움직였고 일부 농장주도 착잡한 마음으로 이들과 함께 일했다.

차마 현장을 보고 싶지 않다며 작업이 끝날 때쯤 농장에 돌아오는 사람도 있었다.
[르포] "장염 백신 맞힌지 하루도 안돼 매몰이라니…생계도 고민"
인근에서 7만 마리 넘는 닭을 키우던 A씨는 취재진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출하를 일주일 앞두고 이렇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4주 넘게 키운 닭을 출하하지 못하는 데다가 당분간 입식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당장 생활이 막막해졌다.

A씨는 "도청과 군청에서 나온 분들이 작업하고 나서 문을 열었더니 다 죽어 있었다.

가슴이 아프다"며 "벼농사를 지어도 식탁에 딱 올라갈 수 있게끔 돼야 기분이 좋듯이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노부모와 대학에 다니는 자녀들을 둔 가장으로서 생계에 대한 걱정도 컸다.

A씨는 "AI 검사를 위해 시료를 채취해가던 날 우리 농장에서 특별한 이상이 안 나오면 괜찮다길래 그날 사료를 주문했다"며 "하지만 큰 문제가 터지니 할 수 없이 인근 농장까지 다 살처분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정부에서 하는 일이니 원칙을 따라야지, 어쩔 수 있겠는가"라며 "가장으로서 코 박고 살 수는 없으니 당분간 다른 일이라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르포] "장염 백신 맞힌지 하루도 안돼 매몰이라니…생계도 고민"
인근에서 오리 3만 마리를 키우는 B씨의 농장도 예방적 살처분 대상이 됐다.

B씨는 확진 사례가 발생한 농장은 아니라 이동 제한이 풀리면 다시 입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잘 키워보려고 장염 백신 주사도 접종했다는 B씨는 주사를 맞힌 지 하루도 안 돼 오리들을 매몰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B씨는 "AI가 발생할 때마다 영암은 그냥 넘어갈 때가 없어서 힘들었다"며 "과거에도 발생지에서 10km씩 묶어서 한 달씩 입식을 못 해 생계가 너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농가 입장에서는 정부가 정해진 이동 제한 기한을 정확하게 지켜주길 바란다.

매몰한 오리 보상금 지급도 굉장히 오래 걸렸다.

생계가 걸린 문제라 좀 더 신속하게 처리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