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욱 단국대 생명융합학과 교수 겸 알지노믹스 대표(가운데)가 지난 4일 경기 성남 판교 알지노믹스 연구실에서 리보핵산(RNA) 치환 플랫폼 기술 기반의 진행성 간암(HCC) 타깃 치료물질에 대한 연구 결과를 두고 연구원들과 의논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이성욱 단국대 생명융합학과 교수 겸 알지노믹스 대표(가운데)가 지난 4일 경기 성남 판교 알지노믹스 연구실에서 리보핵산(RNA) 치환 플랫폼 기술 기반의 진행성 간암(HCC) 타깃 치료물질에 대한 연구 결과를 두고 연구원들과 의논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지난 3일 찾은 경기 성남 판교 이노밸리에 있는 바이오신약업체 ‘알지노믹스’의 연구실. 20여 명의 연구원이 내년 임상 개시를 목표로 리보핵산(RNA) 치환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한 진행성 간암(HCC) 타깃 치료물질(파이프라인 RZ-001) 연구에 한창이었다. 이 회사 대표는 이성욱 단국대 생명융합학과 교수(사진)다. 그는 지난 20년간 단국대에서 연구해온 성과를 기반으로 2017년 알지노믹스를 설립했다.

단국대, 창업 전진기지로 '우뚝'…판교밸리서 벤처와 경쟁
이 교수는 “간암에 이어 유전성 망막질환 대상으로 후속 파이프라인 임상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며 “2023년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지노믹스는 신생 바이오벤처기업인데도 지난 10월 산업은행, 시너지IB투자, SBI인베스트먼트 등 투자자들로부터 120억원을 투자받는 데 성공했다. 이 교수의 연구 성과는 물론 기업의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단국대는 ‘제2의 알지노믹스’를 키워낼 교원과 학생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 연구실에서 논문·연구 실적을 내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기업들과 연계하거나 새로운 벤처기업을 창업하도록 독려한다. 대학의 인재와 기술이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산학협력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단국대가 제시하고 있는 대학의 혁신 모델이다. 일명 ‘기업가 대학’으로서 울타리 안의 교수와 학생들이 연구 성과를 토대로 기술이전 및 벤처 창업에 적극 나서도록 한다는 것이다.

창업혁신센터, 교수·학생 전폭 지원

단국대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창업 및 해외시장 개척 등을 목표로 작년 11월 성남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에 ‘글로벌창업혁신센터’를 설치했다. 이곳에선 창업 교육뿐 아니라 재정·행정적 지원 등 창업에 필요한 전 과정을 도와준다. 단국대는 이곳을 정보기술(IT) 산학협력 거점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김수복 단국대 총장은 “대학 따로 산업현장 따로식 창업에서 벗어나 지역 및 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창업·산학협력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해 판교에서 창업혁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기업 홍보, 판로 지원, 기술이전 플랫폼 구축, 자회사 유치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국대는 캠퍼스별로 산학협력 특성화 전략을 세웠다. 죽전캠퍼스는 K밸리(판교~성남~죽전~구성~광교)와 연계한 ‘정보통신기술(ICT) 클러스터’, 천안캠퍼스는 오송 및 대덕연구단지와 연계한 메디바이오 중심의 ‘생명과학(BT)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단국대는 교수 대상으로 트랙제를 도입했다. 교수들이 연간 3학점만 강의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에 중점을 둬 논문 외 기술이전, 특허 출원, 벤처 창업 등 다방면으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교수는 “원래 회사 설립 초기엔 법률, 회계 재무, 인적 구성, 홍보 관련 업무 등에서 어려움이 있는데, 지주회사인 단국대 산학협력단의 지원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며 “외부 투자도 받아 연구에 필요한 전문인력과 독립된 연구소 등을 확보하면서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이 벤처기업 설립을 통해 연구실적이 기업화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며 “대학의 지원은 학내 연구 동기를 고취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학내벤처, 3년간 매출 750억원

단국대는 새내기 창업가 발굴, 창업 휴학(창업을 위한 휴학) 및 창업대체학점제 시행, 창업동아리 선발, 창업특기생 입학전형 등 각종 제도를 마련해 ‘창업 친화 캠퍼스’를 현실화하고 있다. 이런 지원을 통해 2019년 기준 71개 학내 벤처가 탄생했고, 이들이 올린 매출이 191억원에 달했다. 최근 3년간 181개 벤처가 745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하나인 네오펙트는 코스닥시장 상장에 성공했고 단국대 산학협력단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단국대는 교원 및 학생 창업을 선도할 뿐 아니라 대학 본연의 역할인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미래형 ICT 융합 창업전문가를 키우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을 개원했다. 교육부의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됐고,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지원 사업에도 7년 연속 뽑히는 등 경기 지역의 창업 전진기지로 인정받고 있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특히 단국대 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의 벤처창업가 육성을 위한 융합형 교육·연구 수행기관으로 명성을 쌓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