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5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초청으로 바레인에서 열린 마나마 대화 제1세션 '코로나 팬데믹 글로벌 거버넌스'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사진제공=외교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5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초청으로 바레인에서 열린 마나마 대화 제1세션 '코로나 팬데믹 글로벌 거버넌스'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사진제공=외교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북한 정부가 북한 내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5일(현지시간)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주최한 중동지역 안보 대화인 '마나마 대화'에서 북한과 코로나19 협력에 관한 질문에 "북한이 우리 코로나19 방역 지원 제안에 별로 호응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도전이 사실상 '북한을 보다 북한답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더 폐쇄적이 되고, 코로나19 대응에 관해선 거의 토론이 없는 하향식(톱다운) 결정 과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믿기 어렵다"며 "모든 신호는 북한 정권이 코로나 통제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이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이와 함께 "공중 보건을 위한 각종 협의에 북한을 초대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다만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우리 정부 인사들의 북한을 향한 코로나 방역 협력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제안한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구상'을 언급했다. 강 장관은 "이 구상이 북한을 보건과 안전을 지키는 역내 메커니즘에 참여시킴으로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새로운 긍정적 기운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대외에 공식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강 장관의 발언처럼 이와 배치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 국제사회와 방역 전문가들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 평양사무소에 따르면 북한 내 검사 인원도 한 달 사이 5000명이 늘었다. WHO가 집계한 올해 북한 내 누적 격리 인원은 3만2843명에 달한다.

에드윈 살바도르 WHO 평양사무소장은 최근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최근 북한 정부가 코로나19 검사를 주당 평균 1600회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지난 2일 코로나19 방역 단계를 10개월만에 최고 수준인 '초특급'으로 다시 격상하기도 했다. 초특급 단계가 선포된 건 코로나19가 처음 본격화됐던 지난 2월 처음이다.

한편 강 장관은 이날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 장관은 "미국과 긴밀한 공조 아래 북한을 비핵화 협상에 참여시키는 지난 3년간강도 높은 노력이 있었던 이래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북핵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라며 "이후 대화가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화 중단이 우리가 지난 3년간 이룬 진전을 없앨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건 남·북·미 3국의 최고위급(정상)이 공개적으로 국제 사회에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바이든 행정부와 협력을 준비하면서 미국 동료들과 논의하는 기반이 될 것이며, 이후 비핵화뿐 아니라 남북트랙,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위한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