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당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올해 안에 수억회분 분량으로 공급하겠다고 장담했지만 실제로는 공급량이 목표치의 10%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의료현장에서는 혼선이 일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의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총괄하는 '초고속 작전' 팀의 최고 책임자인 몬세프 슬라위는 올해 연말까지 공급할 예정인 코로나19 백신이 3500만~4000만 도즈(1회 접종분)에 그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3500만~4000만 도즈는 모두 2000만 명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면역을 생성할 수 있는 분량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 정부가 기존에 약속했던 3억 도즈(1회 접종분) 대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양이다.

연방 보건부가 이달 안으로 각 주(州)에 배포할 코로나19 백신 목표량을 공급난에 따라 크게 줄임에 따라 각 주의 보건의료 현장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당장 각급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ICU) 전담 의료진을 접종하는데 필요한 백신도 모자란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메인주의 경우 당초 연말까지 코로나19 백신 3만6000 도즈를 공급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는 받을 수 있는 양이 3분의 1 수준인 1만2천675도즈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인주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인 나리브 샤 박사는 "현재 우리에게 할당된 양은 응급실과 ICU 현장 인력을 접종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말했고, 재닛 밀스 메인주지사도 "우리 주에 필요한 양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백신 제조사들은 제조 공정상의 문제와 원재료 공급의 병목현상 등을 백신 공급 차질의 원인으로 들고 있다. 영국이 세계 최초로 긴급 사용을 승인한 백신의 제조사인 화이자는 대량생산을 시작하면서 코로나19 백신의 원료 물질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화이자의 에이미 로즈 대변인은 "원재료를 한꺼번에 대량으로 모으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고 매우 복잡하다"고 말했다. 화이자는 지난달 올해 말까지의 백신 생산량 전망을 당초 1억 도즈에서 5000만 도즈로 절반 가량 줄인 상태다. 다만 내년 생산량 전망치는 13억 도즈로 기존의 수치대로 유지했다.

또 다른 백신 개발사인 모더나 역시 원료의 대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의 스테파네 방셀 최고경영자(CEO)는 WP와 인터뷰에서 원재료 확보가 관건이라면서 올해 생산량을 1000배로 증량했지만 넘치는 수요가 공급 체인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했다. 특히 원재료 확보와 관련해 "하나라도 빠지면 (그것이 공급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