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 양도차익의 12~75배…'위헌' 소지 큰 韓 부동산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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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12억원짜리 주택을 사서 10년 뒤 팔면 1주택자 다주택자 상관 없이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 등 총 세금 부담이 양도차익을 웃돌고, 그 차이는 최대 75배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같은 조건에서 미국, 영국 등 세계 주요 7개국(G7)은 어떤 나라도 세금이 차익보다 많지는 않았다. 한국의 부동산 세제가 세계 유례 없이 가혹한 제도가 됐으며 ‘위헌’ 소지도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장(사진)은 이런 내용이 담긴 ‘부동산 세제와 기본권, 국제적 비교분석’ 보고서를 4일 조세관련학회 연합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한국국제조세협회 소속 전문가가 함께 조사·분석을 수행했다.
연구진은 한국과 G7 국가 모두 시가 12억원짜리 주택을 10년 보유한 뒤 매각할 경우 총 세부담(취득세+보유세+양도세)을 1주택자와 3주택자로 나눠 추산했다. 세 부담은 양도차익과 비교했는데, 이때 주택 가격 상승률은 2010~2019년 연평균 전국 주택 상승률이 앞으로 10년간 이어진다고 가정했다. 한국은 0.4%, 미국은 2.6%, 일본은 0.9%, 영국은 1.7% 등이다. 연구진은 양도차익의 경우 매도 금액에서 취득가와 각종 공제 금액을 뺀 양도세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삼았으며, 세금 계산은 각 국가의 대표 도시를 지정해 그 지역의 세율을 적용해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3주택자는 세 부담이 훨씬 컸다. 취득세가 1억6080만원, 보유세가 2억7330만원, 양도세 130만원으로, 총 세금이 4억3540만원에 이르렀다. 양도차익의 75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 분석은 주택 가격 상승률을 0.4%로 낮게 가정한 결과다. 최근 집값의 가파른 상승세를 반영해 2018년 서울의 주택 가격 상승률(6.2%)만큼 계속 가격이 오른다고 가정하면 1주택자 세 부담은 1억3120만원이었다. 3주택자는 13억8240만원에 이르렀다. 1주택자는 양도차익(9억4600만원)보다 세 부담이 낮았지만, 3주택자는 여전히 3억원 이상 순손실이 난다. 다주택자는 집값이 많이 올라도 부동산 세금이 매매차익을 압도해 수억원 손실이 나는 셈이다.
반면 G7은 세 부담이 무거운 나라도 납세자에게 세금으로 손실을 강제하는 국가는 없었다. 부동산 세금이 양도차익보다는 적다는 얘기다. 한국 다음으로 부동산 세 부담이 큰 일본(도쿄 기준)은 같은 조건에서 1주택자는 1806만엔, 3주택자는 2326만엔 세금이 나왔다. 양도차익 2562만엔의 70~91% 수준이다. 미국(캘리포니아 기준)은 주택 보유 수 상관없이 총 세부담이 15만2130달러로, 양도차익(30만9830달러)의 49%에 그쳤다.
영국 런던(42~54%), 캐나다 토론토(24~39%), 독일 베를린(29~74%), 프랑스 파리(12~18%) 등도 부동산 세금이 양도차익보다 낮았다. 지난 10년간 주택 가격이 하락한 이탈리아는 세금 상관 없이 양도 손실이 났다.
1주택자 총세금은 7390만원으로, 이탈리아(1200만원)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았다. 다른 나라들은 9300만~1억9200만원이었다.
다만 '주택 가격 6.2% 상승' 시나리오에선 서울 1주택자 총세금도 1억3100만원이 나와 도쿄(1억9200만원), 캘리포니아(1억7100만원) 다음으로 높았다. 이 경우 3주택자 세금은 13억8200만원으로, 2위 베를린(2억9200만원)보다 크게 높았다.
1주택자와 다주택자 간 세 부담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도 한국만의 독특한 특징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3주택자 세 부담이 1주택자보다 6배 높았다. G7 국가는 1~2.6배였다. 박 원장은 “G7 국가들도 보유세나 양도세에서 1주택자를 우대해주는 나라는 있었지만 다주택자 세율을 중과하는 나라는 한국과 프랑스밖에 없었다”며 “한국의 1주택자와 다주택자 간 세 부담 차이가 유난히 크게 나타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종합부동산세와 비슷하게 '부동산 부유세'를 운용하는 프랑스도 세금 계산 시 부채를 고려하기 때문에 한국의 다주택자만큼 세 부담이 높지는 않다.
위헌 소지를 불식시키려면 적어도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등 총 세 부담이 양도차익보다는 낮아지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정이 필요한 세금으로는 취득세와 양도세 등 거래세를 꼽았다. 박 원장은 "보유세를 올리면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세제 원칙에 부합한다"며 "거래세를 낮춰 다주택자에게 주택 처분의 퇴로를 열어줘야 집값 안정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장(사진)은 이런 내용이 담긴 ‘부동산 세제와 기본권, 국제적 비교분석’ 보고서를 4일 조세관련학회 연합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한국국제조세협회 소속 전문가가 함께 조사·분석을 수행했다.
연구진은 한국과 G7 국가 모두 시가 12억원짜리 주택을 10년 보유한 뒤 매각할 경우 총 세부담(취득세+보유세+양도세)을 1주택자와 3주택자로 나눠 추산했다. 세 부담은 양도차익과 비교했는데, 이때 주택 가격 상승률은 2010~2019년 연평균 전국 주택 상승률이 앞으로 10년간 이어진다고 가정했다. 한국은 0.4%, 미국은 2.6%, 일본은 0.9%, 영국은 1.7% 등이다. 연구진은 양도차익의 경우 매도 금액에서 취득가와 각종 공제 금액을 뺀 양도세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삼았으며, 세금 계산은 각 국가의 대표 도시를 지정해 그 지역의 세율을 적용해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세금이 재산 손실 강제하는 나라
분석 결과 서울은 1주택자의 경우 총세금이 7390만원에 이르렀다. 양도세는 각종 공제 혜택 덕분에 0원이었지만, 취득세가 4200만원, 보유세는 3190만원 나왔다. 이런 탓에 세 부담이 양도차익(580만원)보다 12배 이상 많았다. 실거주 1주택에 10년 장기 보유 등 투기와 전혀 무관한 사람도 세금 때문에 수천만원 이상 ‘순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3주택자는 세 부담이 훨씬 컸다. 취득세가 1억6080만원, 보유세가 2억7330만원, 양도세 130만원으로, 총 세금이 4억3540만원에 이르렀다. 양도차익의 75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 분석은 주택 가격 상승률을 0.4%로 낮게 가정한 결과다. 최근 집값의 가파른 상승세를 반영해 2018년 서울의 주택 가격 상승률(6.2%)만큼 계속 가격이 오른다고 가정하면 1주택자 세 부담은 1억3120만원이었다. 3주택자는 13억8240만원에 이르렀다. 1주택자는 양도차익(9억4600만원)보다 세 부담이 낮았지만, 3주택자는 여전히 3억원 이상 순손실이 난다. 다주택자는 집값이 많이 올라도 부동산 세금이 매매차익을 압도해 수억원 손실이 나는 셈이다.
반면 G7은 세 부담이 무거운 나라도 납세자에게 세금으로 손실을 강제하는 국가는 없었다. 부동산 세금이 양도차익보다는 적다는 얘기다. 한국 다음으로 부동산 세 부담이 큰 일본(도쿄 기준)은 같은 조건에서 1주택자는 1806만엔, 3주택자는 2326만엔 세금이 나왔다. 양도차익 2562만엔의 70~91% 수준이다. 미국(캘리포니아 기준)은 주택 보유 수 상관없이 총 세부담이 15만2130달러로, 양도차익(30만9830달러)의 49%에 그쳤다.
영국 런던(42~54%), 캐나다 토론토(24~39%), 독일 베를린(29~74%), 프랑스 파리(12~18%) 등도 부동산 세금이 양도차익보다 낮았다. 지난 10년간 주택 가격이 하락한 이탈리아는 세금 상관 없이 양도 손실이 났다.
◆세계 유례없는 다주택자 세금 중과
세금 액수를 원화로 환산해 단순 비교한 결과에서도 한국은 주요국을 압도했다. 3주택자의 경우 서울(주택 가격 상승률 0.4% 시나리오)은 약 4억4000만원으로, 2위인 독일 베를린(2억9000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나머지 나라들은 1억2000만~2억5000만원 수준이었다. 보유세의 차이가 특히 컸다. 서울 3주택자는 보유세만 2억7300만원으로, 2위 캘리포니아(1억6700만원)보다 1.6배 많았다. 나머지 나라들은 300만~1억5000만원이었다.1주택자 총세금은 7390만원으로, 이탈리아(1200만원)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았다. 다른 나라들은 9300만~1억9200만원이었다.
다만 '주택 가격 6.2% 상승' 시나리오에선 서울 1주택자 총세금도 1억3100만원이 나와 도쿄(1억9200만원), 캘리포니아(1억7100만원) 다음으로 높았다. 이 경우 3주택자 세금은 13억8200만원으로, 2위 베를린(2억9200만원)보다 크게 높았다.
1주택자와 다주택자 간 세 부담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도 한국만의 독특한 특징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3주택자 세 부담이 1주택자보다 6배 높았다. G7 국가는 1~2.6배였다. 박 원장은 “G7 국가들도 보유세나 양도세에서 1주택자를 우대해주는 나라는 있었지만 다주택자 세율을 중과하는 나라는 한국과 프랑스밖에 없었다”며 “한국의 1주택자와 다주택자 간 세 부담 차이가 유난히 크게 나타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종합부동산세와 비슷하게 '부동산 부유세'를 운용하는 프랑스도 세금 계산 시 부채를 고려하기 때문에 한국의 다주택자만큼 세 부담이 높지는 않다.
◆"재산권, 평등권 침해 등 위헌 소지 다분"
박 원장은 평소 보유세 강화를 주장해온 학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재정세제위원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진보 성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 원장도 이번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투기 수요 억제와 서민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보유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지금의 세제는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1주택자 다주택자 가릴 것 없이 세금이 양도차익을 웃돌아 납세자에게 재산 손실을 강제하는 모습"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 수준도 너무 커서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위헌 소지를 불식시키려면 적어도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등 총 세 부담이 양도차익보다는 낮아지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정이 필요한 세금으로는 취득세와 양도세 등 거래세를 꼽았다. 박 원장은 "보유세를 올리면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세제 원칙에 부합한다"며 "거래세를 낮춰 다주택자에게 주택 처분의 퇴로를 열어줘야 집값 안정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