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탄핵주심' 강일원이 본 삼성 준법위 "실효성 긍정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 양형의 키를 쥐고 있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과 관련해 이를 평가하는 전문심리위원들이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7일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기일을 열고 삼성 준법위 활동을 평가할 전문심리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재판부 요청에 따라 전문심리위원 3명이 직접 의견을 진술했다.

전문심리위원 가운데 재판부가 지정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준법위는 회사 밖 조직으로 관계사와 최고경영자에 대해 폭넓은 감시활동을 하고 있었다"며 "전반적으로 준법위가 종전보다 강화된 준법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강 전 재판관은 "준법위가 회사 내부 조직이 하기 어려운 최고경영진에 대한 감시업무도 수행 중이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사건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비교적 자유스러운 인사들로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위원장과 위원의 임기는 2년인데 위원의 선임은 관계사 협의와 이사회 결정으로 정해진다"며 "인선 여부에 따라 준법위 독립성과 독자성이 약해질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강 전 재판관은 "결국 독립성 유지와 실효성 확보는 최고경영진의 준법의지와 여론의 감시에 달려 있다"며 "준법위 현재 조직과 관계사들의 지원, 회사 내 준법문화 여론 등을 지켜본다면 지속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강 전 재판관은 "이재용 부회장 등이 제시한 준법위의 실효성과 가능성에 대한 평가에서 전문심리위원 3명의 의견 차이는 다소 있었다"고 덧붙였다.

강 전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주심을 맡아 탄핵 결정문 초안을 주도적으로 작성한 인물이다. 2012년 국회 몫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됐고 6년의 임기를 마친 뒤 2018년 퇴임했다. 퇴임 2년만인 지난 9월 변호사 등록을 했다.

전문심리위원에는 강 전 재판관 외에 박영수 특별검사 측이 추천한 홍순탁 회계사와 이재용 부회장 측이 추천한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도 포함돼 있다.

앞서 재판부는 첫 공판기일에서 기업 총수의 비리 행위도 감시할 수 있는 철저한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주문했고,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했다. 재판부는 삼성 준법위의 실효적 운영을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며 전문심리위원을 구성해 운영 실태를 평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이를 통해 실제 삼성 준법위가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면밀하게 살핀 뒤 이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양형에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