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잉글랜드 남단 와이트섬 해변에서 발견된 금속 기둥. 사진=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캡처
영국 잉글랜드 남단 와이트섬 해변에서 발견된 금속 기둥. 사진=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캡처
그동안 미국 유타주와 캘리포니아주, 유럽 루마니아 등지의 인적 드문 곳에서 발견됐다가 홀연히 사라져 외계인 소행설을 자극했던 거대 금속 기둥이 이번에는 영국에 등장했다.

'모노리스' 닮은 금속 기둥, 이번엔 해변에서 발견

영국 데일리메일은 6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잉글랜드 남단 와이트섬 해변에서 미국, 루마니아에서 나타난 금속 기둥과 비슷한 형태의 높이 2.5m의 기둥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이날 오전 해변을 찾는 사람들이 발견한 이 물체는 거울처럼 주변을 반사하고 있다"며 "서로 다른 각도에서 찍힌 여러 장의 사진에서는 모래사장에 박힌 금속기둥에 비친 구경꾼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금속 기둥 사진이 빠르게 공유되면서 일각에서 합성 의혹을 제기했지만, 현지 사진작가 앨리스 윌리엄스가 직접 현지 소셜 미디어(SNS) 페이지에 금속 기둥을 영상으로 촬영한 게시물을 올리면서 진위 여부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에 현지언론은 "도보로만 접근할 수 있는 해변에 무게가 있는 금속 물질이 어떻게 옮겨지고 설치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 기둥이 처음 발견된 날도 루마니아 기둥이 사라진 날이어서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더 증폭시켰다.

홀연히 왔다 사라지는 '금속기둥'…"예술? 장난?"

화제의 금속기둥은 지난달 18일 미국 유타주 사막 한가운데에서 처음 발견됐다. 당시 이 기둥의 정체나 기둥을 설치한 사람이 누구인지 등이 밝혀지지 않아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외계인의 소행이 아니냐'는 등 각종 추측이 나왔다.

특히 이 금속 기둥은 미국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에 나오는 검은 비석 '모노리스(monolith)'를 닮아 더욱 관심을 끌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기둥은 인류 진화의 발전 과정에서 거듭 등장하는 외계 개입의 상징물을 의미한다.

여기에 미국 유타주에서 3.6m 높이의 금속 재질 삼각 기둥이 발견된 지 9일 만에 사라지면서 전 세계적인 의문을 낳았다. 그러나 미국에 나타난 금속기둥은 환경보호론자들이 제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타주에서 갑자기 사라진 금속기둥은 사람이 치운 것으로 알려졌다. 탐험 사진가인 로스 버나드는 지난달 28일 오후 8시40분께 4명이 나타나 금속기둥을 뽑아 해체한 뒤 수레에 실어갔다고 밝혔다. 버나드는 이들 중 한 명이 "사막에 쓰레기를 남겨둬서는 안 된다"며 자연경관을 해치는 오염물을 방치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고공 줄타기 곡예사이자 지역 거주자인 앤디 루이스는 자신과 동료들이 금속기둥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작업에 동참한 실반 크리스텐슨은 "공유지, 야생 동식물, 담수자원의 사용을 공유하고 표준화한 방식에 대한 뚜렷한 선례들이 있었기 때문에 금속기둥을 제거했다"며 "기둥이 유명해져 관광객이 쇄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병역이 차질을 빚는다는 이유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타주 금속기둥을 누가 세웠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공상과학 애호가이자 조각가였던 존 매크래컨(2011년 별세)의 작품이라는 설이 있었으나 고인 측은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이에 NYT는 "금속기둥 때문에 불확실성의 유쾌한 센세이션이 계속되고 있다"며 "누가 만들었는지 밝혀지면 그런 분위기와 힘이 시들해질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