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는 1978년부터 부동산 ‘시가’가 아니라 ‘구매가’를 기준으로 1%의 재산세(주 정부 세금 기준)를 매겨왔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10만달러에 집을 샀다면 나중에 그 집값이 100만달러로 올라도 보유세는 10만달러를 기준으로 1%인 1000달러가 부과된다. 주 정부가 집값 상승분을 반영하기 위해 매년 보유세를 인상하긴 하지만 인상률은 연간 2% 이내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집주인이 ‘보유세 폭탄’을 맞는 일은 없다.
주민투표서 상가 稅인상 부결
캘리포니아주를 장악한 민주당은 세수 확대를 위해 오래전부터 보유세 체계를 바꾸고 싶어 했다. 노동단체, 사회단체 등 진보 단체가 총대를 멨다. 이들은 300만달러 이상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 ‘시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법안을 주민 170만 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하고 법 통과를 위해 총력전을 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공정하고, 단계적이며, 진작에 처리했어야 할 개혁”이라며 주민발의안을 공개 지지했다. 주거용 부동산이 아닌 고가의 상업용 부동산만 보유세 인상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법 통과가 무난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하지만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은 이 법안을 51.8% 대 48.2%로 부결시켰다. 왜 그랬을까. 우선 건물주와 자영업자 등이 강하게 반발했다. 당장 세 부담이 높아지는 건 건물주지만 늘어난 세 부담은 언젠가 건물에 입주한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업용 건물이 아닌 주택 소유자 상당수도 반대표를 던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집주인들은 이번 조치가 2막극 중 1막이란 걸 알아차렸다”고 분석했다. 지금은 상업용 부동산이 타깃이지만 다음 차례는 주거용 부동산이 될 것이란 걸 눈치챈 유권자들이 반대표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밥 슈럼 전 민주당 전략가는 뉴욕타임스에 “민주당이 너무 멀리 나갔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이 진보 성향이긴 하지만 보유세 인상은 싫어한다는 것이다.
주택소유자·자영업자도 반대
캘리포니아주 얘기를 꺼낸 건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정책과 관련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주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집값을 잡기 위해 보유세를 급격히 올리고 있다. 한국의 보유세 부담이 선진국보다 낮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상은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보유세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른 데다 부작용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등 주요 도시에선 올해 보유세가 작년보다 30~40% 이상 뛴 데 이어 내년에도 가파른 상승이 예상되는 곳이 많다. 집값 상승에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공시지가 상향 등이 동시에 상승 작용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초기엔 다주택자에게 보유세 부담이 집중되겠지만 결국엔 1주택자도 피해를 입고 세입자에게도 그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보유세가 증가한 만큼 월세를 늘려 받겠다”는 다주택자가 늘고 전·월세 가격이 뛰는 건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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