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구리 니켈 알루미늄 등 산업용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에 힘입어 글로벌 경기가 조만간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세계의 제조 공장으로 통하는 중국은 지난달 예상을 뛰어넘는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알루미늄값, 3개월 새 40% 급등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구리 가격은 지난 4일 파운드당 3.5달러를 돌파했다. 2013년 2월 이후 약 8년 만의 최고치다. 연초와 비교하면 26% 뛰었다. 산업용 원자재로 널리 쓰이는 구리는 ‘닥터 코퍼(Dr.Copper)’로 불리며, 경기의 선행 지표로 인식된다.

철의 원료인 철광석 선물 가격은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에서 같은 날 t당 142달러에 거래됐다. 역시 2013년 초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연초 대비 50% 가까이 상승했다. 건축·제조업의 원·부자재로 쓰이는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 5월 저점을 찍은 뒤 40% 넘게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로나 백신과 미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산업용 금속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며 “금속 관련 업체 주가도 동반 상승 중”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프리포트 맥모란 주가는 올 들어 86% 급등했다.

세계 각국의 공장 가동이 기지개를 켜면서 금속·광물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행·레저 등 서비스업보다 제조업에서 먼저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금속제품 생산업체인 임페리얼 징크의 제이 샌들러 대표는 “완성차 업체들이 요구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직원들이 초과 근무를 서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글로벌X 코퍼 마이너’ 등 금속 생산업체 관련 ETF(상장지수펀드)엔 최근 들어 수천만달러씩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애리온투자운용의 대리어스 타바타바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 대선과 코로나 백신이란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원자재 시장에 시중 자금이 쏠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코로나 사태 후 페루 브라질 호주 등지의 광산이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금속 전문 헤지펀드인 드레이크우드캐피털의 데이비드 릴리 디렉터는 “수요가 강한 상황에서 공급마저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며 “산업용 금속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수출 22%나 늘린 중국

중국이 코로나 사태를 먼저 통제하면서 세계의 금속 재고를 싹쓸이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코로나 사태 전에도 글로벌 산업용 금속의 절반가량을 소비했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의 구리 순수입이 역대 최대인 440만t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나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22.1%(작년 동월 대비)로 기록됐다. 2018년 2월 44.5% 증가한 뒤 3년9개월 만의 최고 기록이다.

지난 6월 플러스(0.5% 증가)로 전환한 이후 5개월 연속 높아졌다. 올 들어 11월까지 연간 수출이 3.7% 증가한 가운데 수출의 59%를 차지하는 전자제품 수출은 5.7%, 마스크를 포함한 직물 수출은 33% 급증했다.

수입은 4.5% 늘어 전달의 4.7%보다는 증가율이 다소 둔화됐다. 중국의 11월 무역수지는 754억2000만달러(약 81조원) 흑자를 나타냈다. 로이터통신은 자체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81년 후 최대 규모의 흑자라고 전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수출이 급증한 반면 수입은 적었다”며 “컨테이너가 제대로 돌아오지 않아 컨테이너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11월까지 누적 기준 수입품 가운데 철강재가 74.3% 늘었다. 구리 등 비철금속 수입도 38.7% 급증했다.

뉴욕=조재길/베이징=강현우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