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일본 주식시장에 102개 기업이 새로 상장(IPO)했다고 도쿄증권거래소가 7일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21개사 이후 최대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올 상반기에는 예정된 IPO 절차를 중단하거나 연기하는 기업이 잇따랐지만 하반기 들어 증시 호황에 힘입어 상장 기업 수도 급증했다.

일본의 신규 상장기업이 100곳을 넘은 것은 2007년 이후 13년 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신규 IPO가 19곳까지 줄었다. 2010년대 들어 꾸준히 회복세를 탔지만 지난 수년간 일본증시가 박스권 장세를 벗어나지 못하자 상장사 숫자도 80~90개사에 머물렀다. 지난해에도 90개에 그쳤다.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전 세계 증시가 급락한 지난 3~4월에는 18곳이 상장 절차를 중단했다. 증시가 부진하면 공모가도 낮아져 기업이 기대한 수준의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무렵에는 올 한 해 기업공개 건수가 예년보다 20~3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기업공개 시장이 활기를 되찾은 것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과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다. 수개월 동안 23,000선을 오가던 닛케이225지수도 지난달 26,000선을 돌파하며 30여 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올초 상장을 중지한 18개 기업 가운데 10곳이 IPO를 다시 진행했다. 7월 이후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업가치가 급성장한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의 상장이 줄을 이었다. 마쓰시타 겐야 다이와증권 공개인수3부 부장은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생활양식에 잘 대응해 가치가 급상승한 기업이 상장계획을 앞당기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