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오름을 하나 떼어다 바다에 심어놓은 듯한 비양도(飛揚島). 하늘에서 날아온 섬이라는 뜻이다. 그 섬의 밤하늘로 젊은 해녀가 날아오른다. 흰색 해녀복과 모자, 흰색 물갈퀴가 짙푸른 밤하늘 아래 선명하다. 그 위로는 보름달이 둥실 떴다. 바닷속에서 물질을 해야 할 해녀는 어디로 날아가는 것일까. 제주 해녀를 그리는 김재이 작가의 유화 ‘비양도의 밤’이다.

해녀라면 흔히 얼굴의 주름살만큼 삶의 애환이 가득한 할머니나 아주머니를 떠올린다. 하지만 김 작가는 젊고 당당한 이미지의 현대적 해녀를 화폭에 많이 담는다. 할머니 해녀에게도 젊은 날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작가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달은 해녀들의 필수품인 테왁을 상징한다. 테왁은 바다 한가운데서 해녀들의 길잡이이자 기대어 쉴 수 있는 의지처다. 그림 속 젊은 해녀는 마음속 테왁을 향해 마지막 발짓을 힘차게 내젓고, 바다 밖으로 치솟아 날아오른다.

제주 저지 예술인마을에 있는 갤러리 데이지에서 오는 10일까지 열리는 김 작가의 개인전에서 해녀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