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 분리수용 기준도 제각각…"아무것도 못하고 발만 동동"
"결혼식 오실 건가요?" '49명 제한'에 눈물 흘리는 예비부부들
사건팀 = "인원수를 미리 파악해야 해서 하객들에게 참석·식사 여부를 일일이 물어보는 중입니다.

이런 질문이 꼭 와달라는 것처럼 들릴까봐 미안하고 부담스러워요.

"
오는 19일 서울 강남구에 식장을 잡고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예비신부 이모(35)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을 앞두고 결혼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급히 뒤적이고 있다.

올해 9월 비슷한 상황에서 결혼한 예비부부의 사례를 참고해 최대한 불편함 없이 식을 진행하고 싶어서다.

이씨는 "장녀인데다 결혼이 늦은 편이라 부모님이 청첩장을 지인들에게 다 돌린 상태고, 오겠다고 약속한 사람들도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예식을 강행한다"며 막막해했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이달 8일부터 3주간 결혼식 하객이 50명 미만으로 제한되면서 결혼을 코앞에 둔 예비부부들이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들은 이미 연락을 돌려둔 지인들 중 실제로 참석할 인원을 다시 파악해 추려내야 하고, 그에 따른 금전적 손해도 떠안아야 하는 딱한 사정을 토로한다.

이미 한두 차례 결혼식을 미룬 이들은 식을 또다시 연기하기도 난감한 상황이다.

같은 날 서울 강남구에 결혼식장을 잡아 둔 직장인 이모(26)씨도 "거리두기 2단계 기준에 맞춰 청첩장을 돌리고 참석 명단도 웨딩홀에 제출했는데, 다 수정해야 한다"며 "어제는 정말 착잡해서 눈물이 나오더라"고 했다.

이씨는 "본가가 지방이라 친척들은 지역 간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수도권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다들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던데 여러모로 죄인이 된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49명씩 공간을 분리해 수용이 가능한지에 대해 지자체·웨딩홀마다 기준이 제각각이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이들이 많다.

박모(33)씨는 "홀과 연회장에 하객을 49명씩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나 뷔페 이용 여부 등을 오늘 웨딩홀에 문의했더니 아직 회의 중이라고 하더라"며 "우선 발표하고 세부지침은 뒤늦게 정하는 모양인데, 피해는 예비 신랑신부가 고스란히 안아야 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했다.

결혼식에 초대받은 하객들도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다.

이번 주말 친구의 결혼식에 초대받았다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코로나19 때문에 가기 어렵다고 먼저 말하기도 껄끄럽고, 친구가 연락 오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우선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을 잠정 연기하는 부부도 생겨났다.

신모(30)씨는 "신혼집 입주 시기 때문에 이달 초까지 혼인신고를 꼭 해야 했으나 코로나 확산세가 무서워 결혼식은 내년으로 미뤘다"며 "처음엔 반대하시던 부모님도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받아들이셨다"고 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원수 50명 미만'이라는 정부 지침은 가이드라인일 뿐, 인원이 덜 모인다고 감염 위험이 적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어쩔 수 없는 행사라면 참가자들이 개인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