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사퇴·조기 총선 등 요구…산두 "도돈 대통령이 권력 유지 시도"

동유럽 소국 몰도바에서 6일(현지시간) 지난달 대선에서 승리한 친서방 성향의 마이야 산두 전 총리 지지자 수천 명이 또다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산두 당선인 지지자들은 이날 수도 키시너우의 정부 청사 앞 중앙광장에 모여 현 이온 키쿠 총리 내각 사퇴와 조기 총선 실시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일부 다른 야당 지지자들도 집회에 동참했다.

몰도바서 '친서방' 산두 대통령 당선인 지지자 수천명 또 시위
이들은 지난해 11월 산두 당시 총리 후임으로 이고리 도돈 대통령의 추천을 받아 총리에 임명됐던 키쿠 총리 내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보건 위기와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또 최근 의회에서 채택된 대통령 권한 축소 법률 취소도 요구했다.

직접 집회에 참여한 산두 당선인은 연설에서 "도돈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하려 시도하고 있다"면서 "이 의회는 해산돼야 하며 가장 빠른 방법은 내각 사퇴"라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에서 산두에 패한 도돈 대통령이 자신이 이끄는 의회 내 다수당 '사회주의자당'을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약 2시간 동안 시위를 벌인 뒤 키쿠 내각 사퇴, 조기 총선 실시 등의 요구를 담은 결의문을 채택한 뒤 해산했다.

타스 통신은 집회 참가자 수를 2~3천 명으로 추산했으나 주최 측은 5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동참하기 위해 지방에서 트랙터를 타고 올라온 일부 농민들은 경찰의 저지로 시내로 진입하지 못했다.

집회장 주변에 배치된 경찰은 정부 청사 건물 경비에만 주력하고 시위에는 간여하지 않았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산두 당선인 지지자들은 지난 3일에도 키시너우 시내에서 도돈 대통령 측에서 발의한 대통령 권한 축소 법안들을 폐기하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친서방 노선을 지지하는 산두 전 총리(48)는 앞서 지난달 중순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도돈 현 대통령(45)을 누르고 당선됐다.

지난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인구 350만명의 소국 몰도바는 총리와 의회가 주로 국정을 책임지고 대통령은 외교권과 군통수권을 행사하는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정치 체제를 갖고 있다.

친러주의자인 도돈 대통령의 임기는 오는 12월 23일 종료된다.

몰도바서 '친서방' 산두 대통령 당선인 지지자 수천명 또 시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