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오르는 뉴욕 증시…'예상치 않은' 일이 터진다면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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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미 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11월 고용지표는 예상보다 더 나빴습니다. 노동부의 11월 비농업 고용은 24만5000 명 증가하는 데 그쳐 예상치(45만 명), 전월(61만 명)에 비해 증가폭이 대폭 줄었습니다.
11월 실업률은 전월 6.9%에서 6.7%로 떨어졌지만, 이는 취업포기자가 약 40만 명 늘어나 노동참여율이 61.5%(0.2%p 감소)로 떨어진 게 가장 큰 원인입니다. 레스토랑 일자리가 1만7400개 줄어 지난 4월 이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게 11월 고용 상황을 대변합니다. 코로나 재확산에 따라 경제 봉쇄가 증가한 탓입니다.
그나마 11월 시간당 임금은 0.31% 증가했고 주간 노동시간은 34.8시간으로 유지된 게 다행이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 확산세는 심각합니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4일 기준 신규 확진자는 22만7885명으로 사상 최대였습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코로나 백신을 신속히 출시해도 내년 4월1일까지 사망자가 52만7000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현재 사망자가 28만 명인데 앞으로도 그만큼 더 죽는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캘리포니아와 델라웨어가 주차원의 자택대피령을 또 다시 도입했습니다. 12월 경기지표와 고용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예상대로' 경제지표는 나쁩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는 '예상대로', 아니 예상보다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뉴욕 증시는 지난 4일에도 '예상대로' 올랐습니다. 그냥 오른 게 아니라, 거의 3년 만에 '그랜드슬램' 기록을 세웠습니다. 다우(0.83%), S&P 500(0.88%), 나스닥(0.70%), 러셀2000(2.37%) 등 4개 주요 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운 겁니다. 이는 2018년 1월 이후에 처음입니다. 이는 연내 경기 부양책을 통과시키기 위한 미 정치권의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11월 고용지표에 대해 "끔찍한 보고서"라며 "긴급한 조처를 요구한다"고 부양책 타결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지금 논의되는 부양책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취임 후 추가 부양책을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전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협상에 대해 "합의를 위한 모멘텀이 있다"고 희망을 불어넣었습니다.
이건 월가가 '예상하는' 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경제지표가 좋으면 당연히 오르는 것이고, 지표가 악화되면 부양책 통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오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4~5개월을 버티면 내년 2분기부터는 경제가 정상화될 것으로 관측합니다. 이 때문에 "연말까지 S&P 500 지수가 3800을 찍을 것"(톰 리 펀드스트랫 전략가), "내년 1분기 4000에 달할 것"(마르코 콜로노비치 JP모간 전략가) 등 지속적 상승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런 월가 예상과 다른 일이 터지면 어떻게 될까요?
월가 일부에서는 조정장을 촉발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일(What if?)로 네 가지 정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① 부양책이 연내 타결되지 않는다면
미 정치권은 오는 11일 2021회계년도 예산 데드라인을 앞두고 부양책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액수와 각론에 있어서는 여전히 양당 사이에 이견이 있습니다. 정치매체 더 힐에 따르면 일주일짜리 단기 예산안을 먼저 통과시켜서 18일까지 데드라인을 늦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미 상원의 리처드 셸비 세출위원장은 "협상자들이 더 많은 시간을 갖도록 하기 위해 이번 주 초 의회가 단기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부양책 협상 시간을 일주일 더 확보하기 위한 겁니다. 이렇게 되면 '부양책 희망고문'은 열흘 가량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만약 부양책이 연내 타결되지 않으면 금융시장은 일시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에버코어ISI의 데니스 드버스셰어 수석전략가는 "부양책이 연내 통과되지 않으면 달러와 10년 물 국채 금리가 급격한 반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며칠간 시장이 연내 부양책 타결 가능성을 반영해 크게 오른 만큼, 되돌림 압력도 높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동안 달러화 하락에 소위 경기민감주와 낙폭과대주가 오르는 '리커버리 트레이드'가 시장을 이끌어왔습니다. 하지만 부양책이 좌초된다면 달러 가치가 반등한다면 이런 흐름을 바뀔 수도 있습니다.
지난달 가치주 중심의 다우는 한 달간 상승률은 11.6%를 기록해 1987년 1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달러인덱스는 같은 기간 2.3% 하락했습니다.
② 국채 금리가 1% 위로 치솟는다면
지난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0.97% 근처까지 치솟았습니다. 부양책 논의가 진전되면서 경기와 물가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진 때문입니다.
실제 국채 금리에 반영되는 인플레이션 기대는 벌써 코로나 발생 이전 수준까지 회복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미 중앙은행(Fed)이 지속적으로 강력한 경제 지원의사를 밝히고 있어 금리가 눌려있을 뿐이지, 언제든 1% 위로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월가에선 오는 14~15일 열리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Fed가 월 1200억 달러 규모인 채권매입 액수를 늘리거나, 사들이는 채권에서 장기물 비중을 높일 것이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Fed는 이 회의에서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을 관측이 많습니다.
11월 FOMC에서 아무런 신호가 없었던 데다, 금리도 아직은 1%대 이하에서 안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시장은 충분히 안정되어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일부에선 Fed가 이 회의에서 행동하지 않으면 금리가 튈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프리야 미스라 글로벌 금리전략 헤드는 "만약 Fed가 12월 회의에서 아무 것도 없이 회의를 끝내면 순식간에 금리가 1.20~1.2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이번 주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를 유심히 보고 있기도 합니다. 물가 상승 단초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죠.
만약 장기 금리가 급하게 튀어버리면 지금까지의 시장 흐름이 바뀔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뉴욕 증시가 급등한 원인 중에는 저금리로 인한 주식 가치의 상대적 상승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달 들어 최대 10% 조정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윌슨 CIO는 " 10년 국채금리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주식은 과매수됐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③ 백신에 문제가 생긴다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오는 10일 자문위원회를 갖고 화이자가 신청한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내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영국 등이 벌써 승인을 내준 상황에서 미국이 승인을 미뤄 뒤처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승인을 받는다해도 우려가 있습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 팟캐스트에서 "94%라는 예방율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매우 적은 실험군을 대상으로 한 임상이었고, 바이러스 변이를 가정하지 않은 실험이었다는 겁니다. 건들락은 또 부작용 우려 때문에 미국인들의 접종 기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최근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의 샌드라 프라이호퍼 박사는 "부작용 때문에 첫 번째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두 번째 백신 접종을 기피할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워낙 대량이 필요하다보니, 생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화이자의 경우 벌써 원료 문제로 올해 계획한 물량의 절반 밖에 생산하지 못할 것것이란 보도가 나왔습니다.
④ 조지아 결선투표에서 민주당이 이긴다면
미 증권사 제프리스는 지난 주 '2021년 전망'을 내놓고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4.5% 증가하고 S&P 500 지수는 420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완화적 통화 정책 △달러 약세 △동기화된 글로벌 경제 회복 △(코로나로 타격 받은) 구경제의 반등 등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제프리스는 이런 희망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한 가지 하방 위험은 내년 1월5일에 실시될 조지아 상원의원 결선투표라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이 두 석 모두를 확보할 경우 하방 위험이 커진다는 겁니다.
민주당이 두 석을 모두 승리하면 상원은 50대 50 동수를 이룹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쥐면서 민주당은 추가 부양책 뿐 아니라 증세 등도 추진할 수 있게 됩니다. 예상보다 많은 재정 지출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본격화될 수 있습니다. 또 법인세 증세를 추진해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현재 조지아 결선투표 유세는 정말 뜨겁습니다. 양당 모두 전국 조직을 동원해 격돌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도 했습니다. 공화당은 지난 달 대선이 끝난 직후인 4~23일에 950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았습니다. 대선이 끝났지만 돈이 몰려드는 겁니다.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이 1500만 달러를 내는 등 큰 손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상원 지배권을 놓치면 안된다는 절박함 때문입니다.
현재 공화당의 두 후보자는 방송광고만 1억6169만 달러 어치를 예약해놓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민주당도 1억1830만 달러 규모를 방송광고에 쓸 예정입니다. 두 석의 상원의원 자리를 놓고 방송광고에만 3000억원을 넘게 지출하는 겁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