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올바이오테크놀러지 생명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이 실험에 열중하고 있다.  무역협회 제공
진올바이오테크놀러지 생명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이 실험에 열중하고 있다. 무역협회 제공
1999년 설립된 국내 바이오기업 진올바이오테크놀러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진단키트 등 장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세계 50개국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진올바이오테크놀러지는 검체에서 DNA, RNA 등 핵산을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예상치 못했던 수요 폭증에도 진올바이오테크놀러지는 안정적으로 거래처를 관리하고 매출을 확대할 수 있었다. 김용우 대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그 비결로 꼽았다. 이 회사 임직원 39명 중 R&D와 품질관리 분야에만 10여 명이 배치돼 있다. 김 대표는 “핵심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고품질 제품 라인업과 생산성 향상 등을 이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경제위기 속 해외시장 성공 키워드로 ‘T E C H’를 제시했다. T E C H는 기술(technology), 환경(environment), 생활패턴 변화(change), 건강(health)의 앞글자를 딴 약자다.

“독자기술과 환경에 주목”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 중소기업 성공 키워드 T E C H’에서 중소기업의 다양한 수출 성공 사례를 분석했다. ‘제57회 무역의 날’ 100만달러 수출의 탑 수상 기업 중 중소 제조기업 400여 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연구원은 수출 성공기업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회·경제적 변화와 최신 트렌드에 선제 대응해왔다고 평가했다. 해외영업 전문 인력을 두고 사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는 것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국제 인증·특허를 구비하고, R&D를 통해 기술력 확보에 꾸준히 투자해 온 것이 성공비결”이라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첫 번째 공통점으로 차별화된 독자 기술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을 꼽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소비 침체에도 공연 예술, 디지털 광고 등 독창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바이어의 시선을 사로잡은 사례가 많다.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공적 마스크, 신속한 역학조사와 격리 치료 등으로 알려진 K방역의 위상에 힘입어 올해 1~10월 기준 진단키트, 바이오의약품 등 코로나19 관련 의료용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7% 증가했다.

두 번째는 친환경이다. 기후 변화 대응이 글로벌 과제로 부상하면서 폐기물 재활용, 재생수지 개발 등 친환경 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친환경 제품을 요구하는 이른바 ‘착한 소비자’도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배터리, 수소 등 전기 동력을 사용하는 전기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주요 국가도 각종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을 부여하며 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한국의 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출은 올해 1~10월 기준 5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7% 늘었다.

“생활패턴과 건강 니즈 파악해야”

생활패턴 변화를 실시간 포착한 기업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미국과 유럽에서 시행된 봉쇄조치(록다운)로 식당 영업이 금지되자 식품 배달서비스와 식료품 소비가 급격히 늘었다. 우버이츠와 딜리버루, 저스트잇 등 음식배달 플랫폼이 인기를 끌었고, 가정 간편식과 밀키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식품 포장 관련 기업들도 신선도, 위생, 친환경 및 무독성 포장재 등 독특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집에서 직접 미용 관리를 하는 홈케어족이 급증하면서 스킨케어 제품 등 뷰티 디바이스 수요도 늘었다. 의약품 수준의 고기능성 화장품을 뜻하는 코스메슈티컬 제품과 마스크를 착용해도 번지거나 지워지지 않는 타투형 색조화장품도 인기다. 올해 1~9월 기준 화장품 수출은 5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다.

마지막 키워드는 건강이다. 팬데믹 이후 국내외 소비자는 고급 제품 선호, 건강 기능 중시 등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공정 자동화와 독자적 가공 기술 등을 통해 해외 인증을 획득하고 면역력 개선과 다이어트 효과 등 기능성 식품으로 해외 시장에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야외 스포츠와 홈 피트니스를 즐기는 소비자를 겨냥해 항균 원단 의류, 기능성 스포츠 의류, 홈웨어 등 품목 다변화로 해외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김현수 전략시장연구실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 전통적 산업 생태계 파괴, 디지털 전환 등 코로나19가 촉발한 변화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도 주력 품목, 유통채널, 마케팅 방식 등에 대한 대대적인 전략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