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여주에서 고병원성 AI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서 48시간 동안 경기도 내 가금농장과 축산시설, 축산차량에 대해 일시이동중지 명령이 발령됐다. 사진=뉴스1
경기 여주에서 고병원성 AI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서 48시간 동안 경기도 내 가금농장과 축산시설, 축산차량에 대해 일시이동중지 명령이 발령됐다. 사진=뉴스1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북 정읍과 전남 영암의 오리농장과 경북 상주와 경기 여주의 산란계 농장까지 AI가 퍼졌다. 충북에서도 의심신고가 들어왔다. 살처분된 가금류만 200만마리에 육박한다. 정부는 긴급 이동중지 명령 등을 내렸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심 중이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경기 여주의 산란계 농장에서 AI가 확진됐다. 가남읍에 있는 이 농가에서 키우던 19만3000마리가 지난 7일 살처분됐다. 반경 3km 이내에 있는 오리농장 1곳의 1만7000마리도 같이 살처분된다.

이날 저녁엔 충북 음성의 메추리 농장에서 AI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 메추리 72만6000마리를 키우는 농장이다. 확진 판정이 나면, 반경 3km내 가금농장 네곳의 가금류 27만4000마리 등 총 100만마리를 일시에 살처분 해야한다.

고병원성 AI 전국 확산

지난달 26일 전북 정읍의 오리농장에서 2년 8개월 만에 고병원성 AI가 나온 이후 지난 1일 경북 상주, 지난 4일 전남 영암에서 고병원성 AI가 잇따라 확진됐다. 전국 8개 도 중 5개 도가 뚫린 셈이다. 지역별 방역 대책보다는 전국 확산을 감안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여주 산란계 농장의 농장 출입을 통제하고 해당 농장의 가금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 역학 관련 농장·시설에 대한 이동 제한 등 선제적 방역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또 질병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7일 오전 5시∼9일 오전 5시 경기 지역의 가금농장·축산시설(도축장·사료공장 등)·축산차량에 대해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했다. 음성 메추리 농장에서 의심신고가 들어온 후에는 충분 지역도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최악 피해는 16~17년 3600억원 규모

AI로 인한 피해가 처음 발생한 것은 2003년으로 파악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03년12월10일부터 2004년 3월20일까지 19개 농장에서 AI가 발생해 528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이후 AI는 2~3년 주기로 AI가 국내에 유입되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2014~2015년과 2016~2017년이다. 2014년 겨울부터 시작된 AI는 2015년 말까지 이어지며 총 391개 농장에서 감염이 확인됐다. 2477만2000마리가 살처분됐고, 3364억원의 재정을 투입해 보상금과 농가 소득 안정지원금을 줬다. 2016~2017년에는 3807만6000마리를 살처분했다. 재정 소요액은 3621억원에 달했다.

중수본 관계자는 "2∼5일 간격으로 4개 시·도(전북·경북·전남·경기)의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고 국내 야생조류에서도 항원이 계속 검출돼 전국적으로 위험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이 관계자는 "전국 가금농장은 조금이라도 방역에 구멍이 뚫리면 축사 내로 바이러스가 전파된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생석회 도포, 장화 갈아신기 등 방역수칙을 반드시 실천해달라"고 강조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