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공인중개사에서 프롭테크 CEO로 변신
셰어하우스 1등 앱 '셰어킴' 이어 '나집사랩' 출시
한경닷컴과 '나집사랩' 활용한 '한경AI중개사'까지 출범
협회를 비롯한 관련업계에서는 공인중개사 인원이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집값이 오르면서 중개수수료가 덩달아 상승했고, 과거보다 거래가 적어도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자격증만 보유하고 있었던 공인중개사들도 다시 나와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치열해진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보기술(IT)의 힘을 필요하다고 10년 전부터 주장하던 이가 있다. 유재영 셰어킴 대표(60·사진)가 그 장본인이다. 이태원에서 외국인 임대주택을 오랜기간 중개했던 공인중개사 출신이다. 과거 미국에서 사업을 한 탓에 원어민 수준의 대화가 가능하고 정부에 정책제언도 했었지만, 언제나 '동네 복덕방'이라는 굴레에 갇혀 있었다.
유 대표는 과거 미국에서 부동산 기업들을 떠올리면서 "나도 제대로된 부동산 회사를 차려봐야겠다"며 들고 나온 무기는 '인공지능(AI)'이다. 사용자만 최대로 끌어들이기에 급급한 프롭테크 시장에서 제대로된 정보솔루션인 '나집사랩'을 선보인 것이다. 한경부동산과의 협업을 통해 '한경AI중개사'도 함께 서비스를 시작한 그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나집사아카데미'에서 만났다.
▲'나집사랩'에 이어 '한경AI중개사'까지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나집사랩은 공공데이터, 민간데이터, 자체수집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한 분석 솔루션이다. 기존에 발품파는 부동산 분석을 지체없이 가능하고, 실거래가와 단지정보 등 기존 프롭테크 앱들이 보여주는 정보도 볼 수 있다. 여기에 3차원 지적 현황도, 투자컨설팅 보고서 등 다양한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한경AI중개사는 이러한 나집사랩을 활용도를 최대로 끌어올린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공인중개사들이 한경AI중개사에 등록하면 나집사랩을 최대한 활용해 고객에게 보고서를 제공할 수 있다." ▲ 일반인들이 보는 화면과 공인중개사들이 보는 화면이 다르다는 건가. 대부분 프롭테크 기업들은 일반인들을 많이 끌여들여 확장하는 것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기존 프롭테크 앱들은 정부의 공공데이터를 빨리 끌어와서 일반인들이 보기 좋게 배치하는 게 경쟁력이었다. 일반인들이 정보를 취득하는 건 좋았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거나 예측해보는 건 자신의 몫이었다. 나집사랩은 일반인과 공인중개사들이 단순히 정보를 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최종적으로 매매까지 활용할 수 있다. 일반인이 회원으로 가입해서 볼 수 있는 화면과 공인중개사들이 '한경AI중개사'에 가입해 볼 수 있는 화면이 다르다. 데이터량이 방대하다보니 일반적인 앱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공인중개사나 부동산 전문가들이 전문가 자료를 이용해 부동산 매매나 자체적인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
▲얼마나 방대한 양의 데이터인가.
"부동산 관련 공공데이터를 비롯한 각종 정보를 집대성해 전국 3800만 필지에 대한 AI 추정 시세를 제시해 준다. 일반적으로 흔히 공표되는 부동산 시세는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하거나 주변 중개사들에게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추정한 시세다. 비교적 거래 사례가 많은 아파트 위주로만 시세가 발표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나집사랩에서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거래 사례가 많은 아파트, 오피스텔뿐 아니라 거래 사례가 부족한 단독주택, 상가, 토지 등 전국 3800만 필지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다. 앞으로 데이터들을 추가해 방대한 '데이터댐'을 만들 생각이다."
▲아무리 많은 데이터라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할텐데. 한경AI중개사는 어떤 역할을 하나.
"나집사랩 데이터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한경AI중개사'다.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그 반대다.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이해할 것이다. 고객이 의뢰한 물건에 대한 각종 확인이나 검토 업무를 브리핑하기 위해서는 짧게는 몇 시간에서 2~3일씩 걸린다. 물건 확인이나 분석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경AI중개사가 되서 나집사랩을 활용하게 되면, 주소만 입력하면 불과 수 초 만에 20~30페이지에 달하는 부동산 물건 보고서를 생성해서 출력할 수 있다. 앱을 최대로 활용하기 위한 교육장으로 '나집사아카데미'까지 열게 됐다." ▲공인중개사들의 재교육도 되는 셈인가.
"공인중개사는 한 번 따놓으면 평생 사용할 수 있다. 운전면허 마저도 적성검사나 갱신기간 등이 있지만, 공인중개사는 보완이나 별도의 갱신없이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부동산 대책이 수시로 쏟아지고 관련 법규가 바뀌는 와중에도 별도의 조치가 없다는 얘기다. 고객 입장에서 종사자만 100만명이 되는 업계에서 옥석(玉石)을 가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경AI중개사라면 기본적인 IT교육과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교육을 받은 중개사라고 보면 된다."
▲최근 공인중개사들에 대한 불만이 많다.
"고객들 입장에서는 높은 중개수수료를 지불하면서도, 원하는 정보를 얻거나 딱 맞는 집을 구해주는 공인중개사를 찾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서다. 바뀌는 정책을 연구하고 꾸준히 공부하면서 투명한 거래를 하는 공인중개사들도 있다. 이처럼 괜찮은 공인중개사를 찾더라도 고객들은 사는 동네에 따라 새로운 중개사를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한경AI중개사는 전국의 모든 필지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다. 중개사 입장에서는 고객을 잡아둘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는 이사를 가거나 다른 동네의 물건을 알아볼 때에서도 한경AI중개사를 이용할 수 있다. 굳이 힘들"
▲경쟁력 있는 공인중개사가 되어야만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부동산 거래가를 두고 어느 한 쪽이 만족하는 경우는 없다. 높은 가격이면 매수자가 불만이고, 낮은 가격이면 매도자가 불만이다. 부동산 시세를 내려면 기존에는 실거래가만 참고하던 모델이 다였기 때문이다. 소문을 먼저 듣고 먼저 아는 중개사가 경쟁력이 있었다. 이제는 솔루션이 진화해 부동산 공시가격, 실거래가, 입지, 학군, 접도, 지형 등까지도 고려해서 시세를 산출할 수 있게 됐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모두 만족까지는 아니어도 수긍을 할 수 있는 시세는 나온다는 얘기다. 이러한 방법을 두고도 과거와 같이 중개를 한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태블릿PC를 제공하는 점도 특이하다. 외국계 보험설계사들이 갖추기 시작하는 모습과도 닮았다.
"한경AI중개사가 되면 KT의 전용 태블릿PC를 제공받는다. 나집사랩을 비롯해 한국경제신문 모바일 버전 등 각종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다. 언제 어디서든 고객에게 시원한 화면으로 브리핑이 가능하다. 이 또한 한경AI중개사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프롭테크 상위권 업체들(직방, 호갱노노 등)은 대부분 IT업체에서 시작됐다. 공인중개사가 시작한 앱인데, 준비과정은 어땠는지?
"일단 집은 팔았다. (웃음) 내 딴에는 풍부한 지식과 경험으로 물건을 매매해도 '동네 복덕방'이라는 시선이 있었다. 처음에는 먹고살기 위해 중개사를 했으니 이러한 시선이 큰 걸림돌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녀들이 크면서 제대로된 부동산 회사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고 2010년부터 개발에 뛰어들었다. 처음으로 만들어낸 플랫폼이 '셰어킴'이다. 2017년 2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국내 셰어하우스 플랫폼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용자 및 등록 매물 수에서 2위와의 격차도 큰 편이다. 이러한 성공경험과 축적된 데이터의 힘으로 이번에는 '나집사랩'과 '한경AI중개사'를 추진하게 됐다."
▲ 지난달 '1호 한경AI중개사'가 나온 후 분위기가 어떤지?
"전국 곳곳에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나이대도 젊은 층부터 경험이 많은 분까지 천차만별이다. 경매와 같이 일반 중개 외의 업무를 주로 하시는 분들의 문의도 많다. 다만 AI 활용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교육이 어렵다보니 일정이 다소 미뤄지고 있다."
▲앞으로 부동산 중개시장은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보는가.
"더 이상 말로 하는 컨설팅을 돈이 안된다. 하지만 정보가 집약된 서류가 있는 컨설팅은 돈이 될 것이다. 지금은 시작이지만, 앞으로는 '공인중개사 vs AI중개사'처럼 양분될 수도 있다고 본다. 과거처럼 중개하느냐, 데이터나 AI를 잘 활용하느냐 등으로 중개사들도 갈리고 고객들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선택을 할 것으로 본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