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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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증시를 주도했던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업종은 10월까지만 하더라도 운명공동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반사이익과 미래 성장성이라는 두 바퀴를 달고 함께 달렸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2300대에서 2700대로 올랐던 지난 한달 간 BBIG의 운명은 갈렸다. 배터리·바이오는 시장을 이겼고, 인터넷·게임은 시장에 밀렸다. 코로나19 백신이 등장하고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상승 여력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달라진 영향이다. 시장 변화에 민감한 자산운용사들도 이 같은 흐름을 좇고 있다.

◆갈라지는 'BBIG'

8일 삼성SDI는 1.28% 오른 55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유일하게 올랐다. 연일 상승세던 코스피지수는 2700선에서 멈칫했다. 1.62% 떨어진 2700.93에 거래를 마쳤다. 12월 들어 첫 하락이다. 개인이 1조1263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457억원, 2727억원을 순매도했다.

장이 주춤하면 투자자들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 종목 찾기에 열을 올리게 된다. 지난 한달 동안 코스피지수가 20% 가까이 오르는 동안 BBIG을 둘러싼 투자 방정식은 달라졌다. 외관상으론 모두 올랐지만 코스피지수 대비 상승폭은 엇갈렸다.

'BB(바이오·배터리)'는 계속 갔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5.91%)와 셀트리온(-13.26%)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그동안 상승에 따른 조정으로 증권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11월부터 이날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각각 21.40%, 45.22% 올랐다. KRX헬스케어 지수도 25% 넘게 올랐다.

배터리주도 강했다. 같은 기간 LG화학(32.73%), 삼성SDI(25.11%), SK이노베이션(40.23%) 등 2차전지주 대부분이 코스피지수보다 더 올랐다.

문제는 'IG(인터넷·게임)'다. 네이버는 11월부터 이날까지 1.72% 떨어졌다. 카카오도 13.48% 오르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9.13%)에 못 미쳤다. 게임주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12.62%), 넷마블(9.40%) 등 게임주 대부분이 시장보다 덜 올랐다.

◆달라진 투자방정식

원인은 다양하다. 11월 상승장을 외국인이 주도하면서 개인들이 그동안 수익을 본 BBIG 종목을 팔면서 경기민감주로 갈아타는 흐름을 보였다. 개인이 12월 들어 엔씨소프트를 900억원 가까이 순매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의 등장이 업종별 투자매력을 갈랐다. 바이오나 배터리는 시장 자체가 계속 커지는 고성장산업이다. 반면 인터넷과 게임 업종은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내년 실적 눈높이가 달라질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일시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업종별 차별화는 차익실현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며 "큰 시대 흐름을 봤을 때 BBIG의 우상향 추세는 계속될 것이고 경기민감주와의 격차도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장기적 관점에서는 매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자산운용사도 '환승중'

올 들어 국내주식시장에서 15조원 넘게 순매도한 자산운용사(투신+사모)들은 BBIG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있다.

투신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지난달 6일부터 이날까지 2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자산운용사 전체(투신+사모)도 23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다. 4분기에만 4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투신은 지난달 6일부터 이달 7일까지 시가총액 비중에 따라 삼성전자(2703억원)를 가장 많이 팔았다. 네이버(1186억원)가 다음이다. LG화학(462억원)과 삼성SDI(437억원)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BBIG 업종에 대한 차익실현을 했단 얘기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407억원)을 가장 많이 샀다. S-Oil도 176억원 순매수했다. 정유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 SK(226억원), GS건설(194억원), 한국조선해양(166억원, 신한지주(158억원) 등 그동안 덜 올랐다고 평가받은 저평가·경기민감주들이 기관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는 "코로나19 백신 이야기 나오면서 시장 분위기가 확연하게 바뀐데 따른 변화"라며 "쏠렸던 포트폴리오에 대한 비중 조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윤상/한경제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