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행…통상정책 방향 등 논의
미국은 CPTPP 복귀 유력·중국은 가입 검토
한국, RCEP 이어 CPTPP 가입하면 시장 다변화돼 긍정적
CPTPP 가입으로 기운 정부…통상당국 "실익 검토중"
문재인 대통령이 8일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계속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향후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지난달 중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한 이후 미국이 복귀 검토 중인 CPTPP 가입에 대해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CPTPP 가입 가능성을 이날 처음 언급하면서 가입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통상당국도 현재 CPTPP 가입에 따른 실익 등을 검토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CPTPP 가입 필요성이 있다고 최종 판단되면 그에 따라 미국과 사전협의는 물론 관련 회원국들과 협의를 하는 절차가 병행해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당선인 측은 아직 CPTPP 가입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당분간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감소 등 국내 현안에 집중하겠지만, 다자협력과 공정무역을 중시하는 만큼 CPTPP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달 2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CPTPP 가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만큼,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8일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미국의 차기 집권당인 민주당 통상담당 인사들과 만나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와 개혁 방안은 물론, CPTPP를 포함한 향후 통상정책 방향에 대해 두루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미국이 CPTPP에 가입하면 우리도 가입하게 되는 결정적인 동력이 될 것"이라며 "일종의 가입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CPTPP는 당초 미국 주도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미국이 탈퇴하자 일본, 호주 등 나머지 11개 국가가 수정해 만든 협정이다.

브루나이, 싱가포르, 멕시코, 베트남, 뉴질랜드,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 등이 참여했다.
CPTPP 가입으로 기운 정부…통상당국 "실익 검토중"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RCEP에 이어 CPTPP에 가입하면 우리나라로서는 시장 다변화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교역 투자 측면에서 시장이 넓어지는 만큼, 한일 간 개방도가 높아지고, 현재 우리와 FTA 체결이 안 된 멕시코와는 FTA를 체결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입국들과 연대와 협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반면 CPTPP의 시장 개방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CPTPP 참여국들은 RCEP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과 협상에서 우리에게 민감한 제조업 부문에서 상품을 더 개방하거나, 농업국가에 우리 농업 분야를 더 개방해야 할 우려도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8년 내놓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미국과 함께 TPP에 참여할 때 누적 경상수지가 265억9천700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의 산출액 기준 생산도 1.08%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만일 미국이 복귀한 TPP에 우리나라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경상수지는 17억6천50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미국이 복귀하지 않고 CPTPP에 우리나라만 들어갈 경우엔 경상수지가 79억3천600만달러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미 동반 TPP 참여가 실현되더라도 업종별로는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운송(95억3천200만달러), 석유화학(88억6천만달러), 기계(41억8천300만달러) 등은 수혜가 예상되는 반면 축산낙농(-29억7천700만달러)과 기타 1차산업(-37억8천300만달러)은 오히려 경상수지가 줄 것으로 추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