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관광재단
설립 1년만에 1400만명 유치했지만
코로나로 관광객 줄어 최악상황 맞아
신속한 위기 극복 '컨트롤 타워' 역할
해가 바뀌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외래 관광객이 썰물 빠지듯 급감했다. 전년 대비 90% 넘게 외래 관광객이 줄면서 시장은 급경색됐다.
외래 관광객과 국제행사 유치를 위한 도시 마케팅에 주력하던 서울관광재단은 곧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먼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호텔 등 관광업계 지원에 나섰다. 긴급융자 지원, 고용유지 지원 등 정부 대책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실리(實利)행정도 펼쳤다. 최근엔 포스트 코로나 시장 선점을 위한 다양한 랜선 마케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형 코로나19 위기극복 프로젝트 가동
서울관광재단은 지난 4월부터 여행과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호텔 등 3개 관광 업종에 대한 코로나19 피해 지원에 나섰다. 일명 ‘서울형 위기극복 프로젝트’다. 서울시 예산 150억원을 투입해 업체당 최대 500만원을 지원하는 위기극복 프로젝트는 긴급 피해지원 외에 시장 재개와 기업회생에 초점이 맞춰졌다.여행업계에는 신규 여행상품 개발과 콘텐츠 고도화, 플랫폼 개발에 50억원을 지원했다. 올 2~3월 월평균 75% 이상 매출이 급감한 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선정, 이달 초까지 974개 여행사에 지원금을 지급했다. 5인 미만 소상공인 관광사업체에 대해선 50억원의 예산을 별도로 책정, 업체당 2명씩 월 최대 50만원의 무급휴직수당을 두 달간 보조했다.
위기극복 프로젝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원 업종과 기준도 완화했다. 25억원을 지원한 마이스 분야는 지원 대상 업종을 국제회의·전시기획업에서 공연과 운송, 전시디자인 및 서비스, 유니크베뉴로 확대했다. 지원 대상 선정 기준을 업계 경력 2년에서 1년으로 낮추고 피해사실 입증이 어려운 업종 특성을 감안해 피해사실 확인 절차도 과감히 생략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영난에 빠진 호텔업계에는 방역설비 강화와 플랫폼 고도화 등에 20억원을 추가로 투입, 이달 초까지 숙박시설 324곳이 재단으로부터 긴급 피해 지원을 받았다.
한류열풍 활용한 랜선여행 마케팅
재단은 포스트 코로나 시장 선점을 위한 랜선 마케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5월엔 동영상 공유 앱 틱톡과 ‘서울 나우’ 캠페인을 진행했다. 서울의 현재 풍경과 과거 서울여행 중 찍은 영상을 공유하는 서울 나우 캠페인은 1주일간 1182건의 영상이 올라와 17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4K 360도 가상현실(VR) 최신 촬영기법으로 제작한 ‘차은우와 함께하는 서울랜선여행’도 조회 수 9000만 회를 넘어섰다.재단의 랜선 마케팅은 4년째 서울관광 명예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방탄소년단(BTS) 홍보영상으로 정점을 찍었다. BTS 멤버가 등장하는 7개 테마의 ‘서울에서 만나요(See you in Seoul)’ 영상은 열흘 만에 조회 수가 1억 회를 넘었다. “코로나가 끝나 여행이 재개되면 첫 번째 여행지가 서울이 되기를 바란다”는 BTS의 메시지가 담긴 영상 덕에 서울은 세계 한류팬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인기 여행지가 됐다.
사전에 제작한 영상을 보여주던 랜선 마케팅은 실시간 소통으로 방식이 바뀌고 있다. 지난달 시작한 ‘서울 커넥트 유(Seoul Connects U)’ 캠페인은 서울관광 인스타그램 비짓서울(@VisitSeoul_Official)에서 라이브로 생중계됐다. 한류팬이 서울여행 중 찍은 사진 속 여행지를 소개하는 이 캠페인에는 그룹 데이식스와 걸그룹 오마이걸, 여자아이들 멤버가 가이드로 나섰다.
랜선 마케팅의 콘텐츠도 K팝에 이어 영화, 드라마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공개한 ‘봉벤져스의 서울 무비투어’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 ‘기생충’과 ‘옥자’ ‘괴물’ ‘살인의 추억’ 촬영지를 4명의 영화 전문가와 탐방하는 영상 캠페인이다. 경희궁과 경복궁, 청덕궁, 창경궁을 둘러보는 ‘어서와~ 킹덤 투어는 처음이지?’는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킹덤을 소재로 제작한 랜선투어 프로그램이다.
코로나 시대 안전여행 인프라 구축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안전여행 인프라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관광재단은 최근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안전관광 서비스 ‘이지 트래블 케어’를 도입했다. 외국인 자유여행객(FIT) 전용인 이 서비스는 교통과 관광지, 숙소 등 예약, 짐 보관, 통·번역 외에 각종 상해와 질병, 여권과 지갑 분실 등에 대비한 의료 및 보험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된다.재단 설립 목적 중 하나인 ‘관광복지 실현’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달 재단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운영이 중단된 38개 서울도보해설관광 코스를 6편의 영상으로 제작, 랜선 도보여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재단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친 서울시민과 국민에게 재충전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라며 “서울시민이 관광을 통해 더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관광 서비스와 인프라를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