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회식 위험하다는데…술집·식당 닫자 사무실서 2차

영업 종료시간 고려해 '회식시간 앞당기기' 꼼수도
전문가 "아예 모이지 말아야…사람 많을수록 위험 커"

수도권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연일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방역 당국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직장인들 사이에서 '꼼수' 회식이 퍼지고 있다.

서울의 한 금융권 회사에 근무하는 A(30)씨는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음식점과 주점의 영업시간이 오후 9시로 제한되면서 지긋지긋한 회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를 품었으나 수포가 됐다.

상사가 회식 시간을 앞당겼기 때문이다.

A씨는 10일 "직장인으로서는 음식점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매번 새벽까지 이어지던 연말 회식이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런데 식당이 일찍 문을 닫으니 오후 4시부터 모여 회식을 하자고 하더라"고 말했다.

집단감염을 우려해 대규모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평소 10명 이상씩 모이던 인원을 4∼5명 수준으로 쪼개거나 점심을 틈타 회식을 하자는 사례도 나온다.

직장인 B(27)씨는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니 회식을 자제하자면서도 '소규모이고 점심이니 괜찮다'면서 은근슬쩍 회식을 강행한다"며 "회사에서 하자고 하니 참석하지 않을 수도 없고 이러다 큰일이라도 날까 걱정"이라고 했다.

음식점과 주점이 문을 닫아야 하는 오후 9시가 되면 회사 사무실이나 파티룸, 숙박업소 등으로 장소를 옮겨 '2차'를 한다.

서울의 한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는 C(29)씨는 최근 야근하던 중 오후 9시가 넘은 시간 회의실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 안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

안에서는 직원 5명이 모여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퇴근 후 회식을 하다가 폐점 시간이 다가오자 회사 안으로 들어와 술판을 2시간 더 벌였다.

C씨는 "음식점 문을 닫는다고 회사 안에서 2차를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모이지 말라는 데도 어떻게 해서든 회식을 하려는 게 문제"라고 했다.

회식뿐만 아니라 연말을 맞아 지인들과 만나는 사적 모임을 놓고도 우려가 나온다.

음식점이 문을 닫는다며 호텔 방이나 파티룸을 빌리거나 집으로 가서 모임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많은 탓이다.

서울에 사는 김모(27)씨는 모임 여부를 메신저 대화방에서 투표로 결정했다.

투표 결과 '밖에서 보는 것은 위험하니 집에서 모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김씨는 "식당이든 집이든 장소에 상관없이 모이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끼리 보는 건 괜찮다는 식이었다"며 "코로나가 걱정되니 모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자 졸지에 '코로나로 아무것도 못 하는 예민한 사람' 취급을 당했다"고 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시간에 상관없이 한 공간에 사람들이 밀집하면 감염 우려가 커진다"며 "서울시에서 모임을 자제하고 10명 이상 모임은 취소해달라고 요청한 만큼 이를 지키도록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