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실무자들이 10일 코로나19 경증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사용될 경기 이천의 LG인화원에서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방역 실무자들이 10일 코로나19 경증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사용될 경기 이천의 LG인화원에서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겨울 대유행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국내 병상은 포화 상태다.

최근 5일간 확진된 사람만 3190명으로, 코로나19 임상 경과 등을 고려하면 중환자실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역당국은 위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큰 고령층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더욱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국내 감염 76%가 수도권 쏠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9일 하루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682명 늘었다고 10일 발표했다. 전날 670명에 이어 이틀 연속 600명을 넘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넘은 것은 지난달 7일부터 33일째다. 국내 누적 환자는 4만98명으로, 지난달 19일 3만 명을 넘은 지 20일 만에 1만 명 넘게 증가했다. 국내 전체 환자의 25%가 최근 20일 사이에 집중된 셈이다.

국내 감염자는 646명인데 이 중 76%인 489명이 수도권 확진자다. 전국 각지에서 새 집단감염이 속출했다. 경기 수원시 요양원 관련 확진자 21명, 안양 종교시설 확진자 17명, 화성 학원 확진자 12명이 추가됐다. 인천 남동구 군부대(11명), 대전 지인 및 김장 모임(13명), 충북 제천 요양원(13명), 울산 남구 중학교(20명)에서도 집단감염이 나왔다.
수도권 환자 506명 병실 없어 자택 대기중…'의료붕괴' 우려 커져
방역당국이 일부 집단감염 사례 등을 분석했더니 진단 당시 무증상인 비율이 10~40%에 이르렀다. 증상이 없어 감염됐는지도 모르는 확진자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코로나19를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원 중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현재 발생하는 유행은 올해 발생한 세 차례 유행 중 가장 큰 규모이고 가장 장기적인 유행”이라며 “백신을 통해 코로나19를 물리치는 순간까지 여러 번의 고비를 넘겨야 하는데 이번 유행은 이 중 가장 강력한 도전”이라고 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중환자실 병상 포화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입원 환자 중 증상이 악화된 위중증 환자도 늘었다. 9일 기준 국내 위중증 환자는 172명으로, 8일보다 23명 증가했다. 이들을 돌보는 전국 중환자 병상은 51개밖에 남지 않았다. 사망자는 지난 9일 8명 늘어 총 564명이다.

유행 상황이 심각한 서울 등 수도권 중환자실 병상은 10일 기준 8개에 불과하다. 서울과 인천은 각각 3개, 경기도는 2개밖에 남지 않았다. 충북에서도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 일부 환자를 대전에 있는 충남대병원으로 이송했다.

60대 이상 고령층은 10% 정도가 위중증으로 악화돼 중환자실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이 고령층에 거리두기에 더욱 적극 참여해달라고 당부한 이유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가 입원하는 감염병전담병원 병상은 1731개, 생활치료센터는 2054개 남아 아직 여유가 있다. 하지만 확진자가 집중된 수도권 지역은 생활치료센터와 병상 확보 속도가 확진자 발생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스란 중앙사고수습본부 환자병상관리반장은 “수도권 자택 대기 환자가 9일 506명 정도이고 경기 지역에 많다”고 말했다. 그는 “506명이 모두 이틀 넘게 대기하지는 않지만 (집과) 근거리 생활치료센터 입소나 가족실 이용 희망자 중 이틀 이상 대기하는 환자가 있다”고 했다.

검사 확대키로 했지만 인력 부족

정부는 수도권에 퍼진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기 위해 오는 14일부터 서울역 등 전국 150개 지역에 임시 선별진료소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 지침이 민간 선별검사소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무증상자가 검사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 인력도 포화 상태라 추가 인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료진을 모집하고 있다”며 “검체를 채취할 임상병리사 인력과 간호인력도 확보할 계획을 갖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학생 확진자가 늘면서 전국 14개 시·도에서 1036개 학교가 등교를 중단했다. 등교를 중단한 학교가 1000곳을 넘은 것은 올해 9월 18일 이후 83일 만이다. 7일 기준 전국 일반대·전문대 324곳 중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학교는 70곳으로 21.5%에 이른다.

이지현/배태웅 기자 bluesky@hankyung.com